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파운드리 라인(팹16) 외부 모습. /TSMC

대만이 미국의 여덟번째 교역 상대로 부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대만 간의 밀착이 외교·안보뿐 아니라 통상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최대 교역국은 멕시코이고 캐나다, 중국, 일본, 독일, 한국, 영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최근 1년간 미국의 대만 상품 수입은 720억 달러(약 85조1760억원), 미국의 대만 수출은 350억 달러(약 41조4천억 원)를 기록했다. 수출입 규모 모두 역대 최고치다.

미국과 대만의 교역량 급증에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고율 관세가 촉진제로 작용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미중 갈등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관세에서 자유로운 대만과 거래를 늘리며 수입선을 다변화했다는 것이다.

대만계 회사들이 고율 관세로 인해 중국에 설립했던 공장들을 대만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미·대만 통상 강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만 경제부 산하 인베스타이완(InvesTaiwan)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대만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기업은 243곳에 달하고, 이들의 전체 투자액은 300억 달러(35조4천900억원)를 웃돈다. 대만으로 이전한 기업 중 70% 이상은 기술 수준이 높은 전자제품 관련 회사다. WSJ은 대만 정부가 기업들에게 공장 부지, 건설 비용, 신규 직원 채용 등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부족 사태 또한 대만의 수출량을 늘리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TSMC를 보유한 대만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반도체 공급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 1년간 대만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이 반도체다.

반대로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석유와 기계 부품, 자동차 수입을 크게 늘렸다. 대만은 석유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그 대안이 된 것이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 수석연구원은 “바이든 정부는 실리적인 이유만으로도 대만과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