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새 변이 '오미크론' 글자 앞에 놓인 주사기들. /REUTERS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새로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오미크론’으로 정했다. WHO가 기존 변이 바이러스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을 지키지 않자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WHO는 26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변이 이름을 그리스 알파벳의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으로 공식화했다. 그동안 WHO는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나올 때마다 그리스 알파벳 글자 순서대로 이름을 지었다. 12번째 글자인 ‘뮤’ 변이가 나온 만큼 13번째 글자 ‘뉴’가 사용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WHO는 예상과 달리 뉴와 그다음 글자인 ‘크시’마저 건너뛰고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을 새 이름으로 발표했다.

이에 크시의 영어 철자 ‘xi’가 영어권 국가에서 시 주석의 이름을 표기할 때 쓰는 ‘Xi’와 같아 WHO가 일부러 크시를 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크시를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으로 지었다면 영어로 ‘xi viriant’라고 쓰게 된다. ‘크시 변이’를 뜻하지만 ‘시진핑 변이’를 연상할 수도 있다. 이에 미국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WHO가 중국 공산당을 이렇게 두려워하면 중국이 치명적인 전염병을 은폐하려 할 때 WHO가 그들을 막을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낙인을 피하려고 지명이나 사람 이름, 동물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명 규칙을 따라 흔한 성씨인 ‘xi’를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 때문이 아니라 ‘시’라는 성씨를 쓰는 모든 사람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확산한 이후 계속해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우한 코로나’, ‘영국발 변이’, ‘남아공발 변이’ 등으로 불렀다. WHO는 지역 이름을 붙여 부르면 해당 국가나 도시가 낙인이 찍히거나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면 지난 5월 그리스 알파벳을 순서대로 붙여 이름을 짓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변이 바이러스에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으로 이름이 붙었다. WHO는 그리스 문자 24개가 모두 사용된다면 이후부터는 새로운 이름 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한편 오미크론은 아프리카 국가 보츠나와에서 처음 발견됐고, 남아공에서 확산 중이다. 홍콩, 이스라엘에 이어 벨기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잇따라 감염자가 확인됐다. 오미크론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염력이 훨씬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28일부터 남아공 등 8개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