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1월 6일 전두환 당시 계엄사 합동 수사 본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사건 관련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주요 외신들이 23일(한국 시각)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 소식을 보도하면서 다양한 평가를 내렸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별세한(died) 전 전 대통령이 8년 동안 청와대에 있던 시기는 잔혹함과 정치적 억압이 특징이지만, 경제적 번영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벌금 약 2205억원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본인이 가진 거라곤 29만 1000원과 개 두 마리, 가전제품 몇 개뿐이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며 “나중에 그와 네 자녀, 다른 친척들은 서울에 넓은 땅과 미국에 호화로운 별장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서울발 뉴스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비난받는 군부 독재자”라고 표현하며 “끝까지 사과하지 않은 전 전 대통령이 한국의 장성 출신 대통령 3명 중 마지막으로 별세했다(died)”고 보도했다. NYT는 “3명의 장성들이 32년간 통치하는 동안, 한국은 경쟁국인 북한을 제치고 아시아의 호랑이가 됐다”며 경제 분야에서의 치적을 소개하면서도 “전 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독재자로 기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NHK 방송은 “전 전 대통령은 약 7년 반에 걸쳐 개발독재형 강권 정치를 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며 “‘광주 사건’을 둘러싸고 엄격한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민주화운동을 엄격하게 탄압하는 한편 재벌 주도 형태로 경제를 안정성장 궤도로 올렸다”며 “무력으로 민주화 운동을 탄압해 부정적인 인상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NHK는 전 전 대통령 죽음을 ‘사망(死亡)’으로, 니혼게이자이는 ‘사거(死去·죽어서 세상을 떠남)’로 표기했다.

중국 매체들은 전 전 대통령의 별세에 대해 한국 언론 기사를 번역하는 수준에서 단신으로 다룬 곳이 많았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인터넷판 환구망 등은 한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전 전 대통령이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去世]”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전 전 대통령이 내란죄 등으로 재판정에 섰을 때 언급한 쿠데타 동기에 대해 재조명했다. 가디언은 “냉담하고 강경한 그는 재판에서 국가를 정치적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해 쿠데타가 필요했다며 광주로 군대를 보낸 것에 대해선 부인했다”며 “그는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브라질 매체 G1은 전 전 대통령이 “학살을 지시하고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막은 권위주의적인 대통령으로 여겨진다”면서도 “한국의 경제와 기술이 성장하던 시기에 나라를 이끌어 ‘아시아의 호랑이’로서의 전진을 공고히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