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유니3'에 출연한 아이돌 가수 지망생 사진. 이들은 꽃미남(냥파오)과는 거리가 먼 외모 덕에 인터넷에서 '중국 정부가 선정한 바람직한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붙었다./청춘유니3

최근 중국에서 꽃미남 연예인들이 마초로 변신하고 있다. 배우 왕이보(王一博)는 이달 초 오랫동안 길러왔던 장발을 짧게 잘랐다. 서바이벌 오디션 출신 아이돌 가수 차이쉬쿤(蔡徐坤)은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길렀다. 엑소(EXO)를 탈퇴하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가수 겸 배우 황쯔타오(黃子韜)는 운동복을 입고 복근을 드러낸 사진들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중국의 남자 연예인들이 남성미를 강조하는 이유는 중국 당국이 여성스러운 유명인들의 활동을 막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中國國家廣播電視總局)은 각종 연예계 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냥파오(娘炮) 등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결연히 근절한다”고 밝혔다. 냥파오는 여성스러운 남성을 말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전통 남성상인 ‘마초’에 부합하지 않거나, 과한 화장을 하는 경우도 냥파오에 해당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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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스러운 유명인에 대한 단죄는 중국에서 이미 시작됐다. 중국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274만명의 팬을 거느렸던 캉야야(康雅雅)의 계정은 지난 26일 폐쇄됐다. 캉야야는 여장을 하거나 여성스럽게 화장하는 영상을 올려 인기를 얻은 인플루언서다. 그는 이날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지난 몇년간 사회와 청소년에 대한 악영향을 고려하지 못하고 여장을 했던 것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274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했던 중국 인플루언서 캉야야. 왼쪽은 평소 모습이고, 오른쪽은 여장한 모습./웨이보

최근 중국에서는 대대적인 대중문화 정화(淨化) 운동이 벌어지는 중이다. 연예인, 인플루언서, 팬덤, 방송 등 대중문화 전 영역에 걸쳐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이 발표됐다. 중국 인터넷 관리 당국은 6월부터 팬클럽 문화 규제에 나섰고, 지난달 27일부터 일부 온라인 팬클럽들을 폐쇄하고 있다. 중국문화예술계연합회는 지난달 24일 연예계의 팬덤 문화, 딩류(頂流·인터넷 조회 수에 관행) 등을 자제하자고 결의했다. 지난 2일 국가광전총국은 체제에 반하는 연예인 활동 제한, 오디션 프로그램 폐지, 과도한 팬덤 활동 금지 등의 규제 조치를 내놓았다.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지난 3일 연예인들의 고액 출연료, 사생활 문제, 정치적 표현, 과도한 팬덤(열성팬) 문화 등을 강하게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중국 남자 연예인 황즈타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과거 사진(오른쪽)에서는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조됐지만 최근 올린 사진(왼쪽)에서는 운동복을 입고 근육이 선명한 상체를 드러냈다. /웨이보

미 CNN 방송은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진핑 정부가 과거 문화대혁명처럼 대중문화 검열을 통해 젊은 층의 사회주의 이탈을 단속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중국공산당이 ‘일당 지배 체제’를 확고히 하며 대중에 영향력이 큰 연예인과 팬클럽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