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와이스가 디자인한 초음파를 활용하는 남성용 피임 도구. /코소 공식 홈페이지

콘돔과 정관 수술 이외에 마땅한 남성 피임법이 없는 가운데 초음파를 이용한 새로운 피임 기구가 등장했다. 피임을 원하는 남성은 의자 형태로 생긴 이 기구에 일정 주기로 기구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제임스 다이슨 재단은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1′ 독일 지역 수상자로 레베카 와이스를 선정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한국, 영국, 미국 등 총 28개국에서 개최돼 우승자를 뽑는다.

뮌헨공과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와이스는 석사 논문을 준비하며 준비한 ‘코소’(Coso)라는 남성용 피임 기구를 공모전에 제출했다. 코소는 초음파로 남성의 정자 생산을 막아 피임을 돕는다.

코소의 사용 방법과 디자인은 직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용자는 기구에 적당한 온도의 물을 적정량 채운 뒤 그 속에 고환을 담그고 몇 분 동안 앉아 있으면 된다. 그 사이 기구에서 나오는 초음파가 정자 생산을 막는다.

피임 효과는 기구를 사용한 후 2주 뒤부터 시작되고, 2개월간 이어진다. 계속 피임을 하고 싶다면 2개월 뒤에 기구를 다시 사용하면 된다. 반대로 피임을 멈추고 싶다면 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정자 생산량이 완전하게 정상으로 회복하려면 마지막 사용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스는 2012년 미국 노스캐롤라니아 의과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코소를 설계했다고 한다. 당시 연구진은 초음파를 이용해 쥐의 정자 수를 0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인간 남성에 대한 임상실험은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와이스는 코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임상 연구에서 유효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연구를 위한 자금도 필요하다. 여기에 새로운 형태의 피임 도구 사용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진행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와이스가 남성용 피임 도구를 개발한 것은 개인적 배경이 작용했다. 여성용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던 그는 자궁경부암 전조 진단을 받아 더 이상 약을 복용할 수 없게 됐다. 그는 “다른 피임 방법을 찾다가 남성의 피임 방법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피임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