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 가니 바라다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53) 과도정부 부총리가 미국 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탈레반 조직원 중 유일하다. 바라다르는 어떤 인물이기에 이 명단에 올랐을까.

타임은 16일(현지 시각) 바라다르를 ‘지도자’ 부문 20명 중 1인으로 선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도 포함됐다. 파키스탄 언론인 아흐메드 라시드는 바라다르에 대해 타임에 쓴 추천사에서 “바라다르는 중국⋅파키스탄과의 접촉을 포함해 모든 주요 결정을 내리는 인물”이라며 “유혈 사태 없이 아프간 정부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은 것도 바라다르 덕”이라고 했다. 또 “탈레반 내부에서 존경받는 군사 지도자”라고 소개했다.

BBC에 따르면 바라다르는 알카에다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 출신으로 탈레반 내 2인자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은둔형 인물이어서 바라다르가 ‘실질적 지도자’로 꼽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탈레반의 과거 아프간 점령기(1996~2001년)에는 육군 참모총장, 중부군 사령관 등을 맡았다.

바라다르는 최근 주로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 미국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 탈레반 최초의 인물이 됐다. 작년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 협상에 대표로 참석한 바 있다. 지난 7월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것도 바라다르였다. 바라다르는 유엔(UN) 제재 명단에 올라있다.

최근 바라다르가 탈레반 연계 강경 무장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 칼릴 하카니와 여러 차례 논쟁을 벌인 뒤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카니는 아프간 과도정부에서 내무장관을 맡고 있다. BBC에 따르면 바라다르는 ‘외교의 힘’으로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하카니는 무력으로 미군에 승리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바라다르가 한동안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지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