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의 제재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전 세계 테러 조직이나 반(反)체제 단체들의 자금줄로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자금 추적이 어렵고 익명성도 보장되는 가상 화폐 거래를 통해 후원금을 적극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각) 최근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을 겪은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에 가상 화폐를 통한 기부금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하마스는 열흘 넘게 로켓포 수천 발을 이스라엘에 쏟아붓고 이스라엘은 전투기로 맹공을 퍼부으며 맞섰다. 이들의 전투 장면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무슬림들의 가상 화폐 후원이 쇄도했다고 한다. 하마스는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에서 테러 단체로 지정돼 일반 금융 거래가 막혀 있다.

익명의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WSJ에 “암호 화폐(가상 화폐) 후원이 급증했다”며 “일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기본권을 지키려 군사적 목적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서방 제재로 자금이 마른 여타 중동 반군 조직들도 가상 화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국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지난 3월 시리아 전역의 반군 단체가 최소 7년여간 가상 화폐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시리아 대부분의 도시 거리가 내전으로 황폐화했지만 비트코인 거래소들만큼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시리아 반군 단체들은 가상 화폐가 “미래의 경제”이며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이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측도 2일 유튜브에서 가상 화폐 후원을 지지자들에게 적극 장려했다. 나발니 측은 그가 이끄는 반(反)푸틴 운동 조직인 반부패재단과 산하 지역 조직들에 대한 기부 행위를 러시아 정부가 불법화하자 대안을 모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