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로는 최초로 F1 무대에 서게 된 잭 에이킨(한국명 한세용)이 경주에서 입게될 유니폼.허리에 태극기와 유니언잭(영국 국기)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잭 에이킨 제공

한국인 핏줄을 가진 자동차 레이싱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고의 모터 스포츠 무대인 F1(포뮬러원) 그랑프리에 출전한다. 한국계와 영국계 혼혈인 잭 에이킨(25·한국명 한세용)이 주인공이다. 그는 오는 5~6일 바레인에서 열리는 ’2020 사키르 그랑프리'에 윌리엄스 레이싱팀의 일원으로 출전하기로 확정됐다.

역대 F1 무대에 한국인은 물론이고 한국계 선수가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바레인에서 레이싱을 준비하는 도중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잭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며 “이런 환상적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노력해왔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도록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1950년 이후 70년간 F1 무대에서 달린 드라이버는 39개국 770여명뿐이다. 동양계 선수는 손에 꼽을만큼 적었다.

잭 에이킨(한국명 한세용)의 평소 모습/잭 에이킨 제공

잭은 이번 주말 F1 레이싱에서 허리 부분에 태극기와 유니언잭(영국 국기)을 나란히 새긴 유니폼을 입고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헬멧에도 태극기를 형상화한 문양을 넣었다. 그는 “F1 레이스에서 태극기를 몸에 달고 뛰는 건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대단히 자랑스럽다”고 했다.

잭은 그동안 F2(포뮬러투) 무대에서 ‘태극기와 함께 하는 한국계 선수’로 널리 알려졌다. 레이싱카 바깥에 태극기와 유니언잭을 함께 새기고 출전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어 이름과 함께 한글로 ‘한세용’을 크게 써붙이고 달렸다. 트위터 계정도 ‘Jack Aitken-한세용’이다. 그는 “F1에서도 레이싱카에 태극기를 새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잭은 “나는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영국인이며 두 나라 혈통 모두 자랑스럽다”고 했다.

잭이 F1 경주에서 입을 유니폼의 허리 부분에는 태극기와 유니언잭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잭 에이킨 제공

잭은 1995년 런던에서 한국인 어머니 한정화씨와 스코틀랜드인 아버지 존 에이킨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7세 때 카트 레이싱으로 자동차 경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5년 F1을 꿈꾸는 차세대 레이서들의 등용문인 르노 2.0 알프스 시리즈에서 종합 우승을 했고, 2018년 F2에 데뷔했다.

잭 에이킨이 F2 무대에서 몰던 레이싱카에는 태극기와, 한세용이란 한국 이름과 유니언잭과 잭 에이킨이라는 영국 이름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잭 에이킨 제공

잭이 F1에 출전하게 된 것은 행운이 따랐다. 잭은 올해 초 합류한 윌리엄스팀에서 예비 선수였다. 원래 출전하기로 돼 있던 동료 조지 러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세계 정상급 레이서 루이스 해밀턴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잠시 다른 팀으로 떠났고, 윌리엄스팀은 러셀이 빠진 자리에 잭을 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저 말고 다른 선택지도 많았지만 제가 나서는 걸로 90%는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어제 들었을 때 무척 흥분됐어요. 오늘 아침 확정 통보를 받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알렸더니 모두 기뻐해서 기분이 날아갈 듯 했습니다.”

잭은 “F1에 갑작스럽게 올라가게 됐지만 그동안 코로나 사태 동안에도 가상 훈련을 하며 감각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어렵게 얻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에게 실망스럽지 않은 경주를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잭 에이킨(한국명 한세용)이 평소 쓰던 헬멧. 태극기와 유니언 잭이 겹쳐 있다./잭 에이킨 제공

잭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비빔밥을 꼽았다. 그는 “영국에서도 한국 음식과 문화가 널리 퍼져 런던에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 쉽다”고 했다. 한국말은 어머니 한씨로부터 배워 기초적인 표현을 조금 할 줄 안다. 잭은 “카 레이싱 선수라는 멋진 일에 한국의 젊은이들도 도전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