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AP 연합뉴스

미 연방대법원이 코로나 방역보다 종교활동 자유를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결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진보의 아이콘’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한 보수 성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25일(현지 시각) 가톨릭 브루클린 교구와 정통파 유대교 단체 등에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행사 참석자 수를 제한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뉴욕주는 지난 10월 코로나 위험지역(레드존)은 10명,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지역(오렌지존)은 25명으로 종교 모임을 제한했다. 종교단체들은 이에 이 조치가 수정헌법 제1조에 종교의 자유를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관련 법에서 규정한 것보다 규제가 엄격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요구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뉴욕주 측은 “해당 규제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다른 세속적인 시설에 비해 더 강한 규제를 취하지도 않았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감염병 사태에서도 헌법이 뒤로 밀리거나 잊혀져서는 안된다”며 “뉴욕주의 예배 참석 규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진보성향 법관 3명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뉴욕주의 제한을 옹호했지만,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 보수 성향인 나머지 5명은 종교계의 손을 들었다. 이는 앞서 지난 봄과 여름 긴즈버그 대법관이 있었을 때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의 비슷한 사례에서 5대 4로 예배 인원 제한에 힘을 싣는 판결을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미 언론들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인 배럿 대법관의 위헌 의견이 이번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배럿 대법관 취임 뒤 대법원이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보수 성향 대법관이다. 당시 민주당은 전례를 들어 대선 승리자가 후임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배럿 대법관의 상원 인준을 강행했다.

연방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 종교 단체 측은 “대법원이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게 결정해 준 데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언론을 통해 “(이번 판결은) 법원이 자신의 철학과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기회에 불과하다”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번 판결을 설명하는 블로그를 리트윗(재전송)하고 “즐거운 추수감사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