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아비 아머드(44) 에티오피아 총리가 내전과 민간인 학살을 지시하면서 작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역대 수상자에 대해서도 재평가하면서 ‘의문스러운’ 수상자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을 꼽았다.

NYT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의문스러운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증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벨평화상은 지난 30년 동안 최소 여섯 차례, 수상 전후로 수상 이유가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지거나 심지어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에티오피아의 사례를 들며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 과정에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티오피아에서 내전으로 현재까지 민간인 수백 명이 살해되고 수만 명이 피란했다. 이는 북부 티그라이 지방 군사정부에 대한 아비 총리의 군사작전 지시 때문이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 /AFP 연합뉴스

NYT는 지난 30년간 노벨평화상 수상자 중 일부에 대해 “일부는 평화적인 결과를 추구했지만 그 당시 업적은 사후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효과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6번의 ‘의문스러운’ 수상자로 아비 총리를 포함해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1991년 수상),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전 총리·이츠하크 라빈 총리·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1994년 수상),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 수상), 오바마 전 대통령(2009년 수상) 등을 꼽았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선 한국의 권위주의 시대의 반체제 인사이자 사형수로서 결국 대통령이 됐고, ‘한국과 동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 특히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이유로 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NYT는 “하지만 남북은 전쟁 상태에 머물러 있고, 김정일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통치 아래서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등 무기를 개발했다”며 “지난 몇 년간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의 평화 전망은 더욱 멀어 보인다”고 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조선DB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수의 비평가, 일부 지지자, 심지어 오바마 전 대통령 자신까지도 그가 세계 평화를 위해 어떤 결과도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상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연구소 헨리크 우르달 소장은 “노벨위원회는 과거 업적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취를 이룬 후보를 선정하는 안전책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에는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대해 상을 줘 후보자들이 상에 걸맞게 행동하도록 격려하려고 한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