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이 최종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에서 잇달아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연내 백신 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후보 180개 중 35개가 임상 시험에 돌입했고 이 중 9개가 3상 시험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에다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이 새로 3상에 진입했고, 중국 백신 4개, 러시아 백신 1개도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연내에 안전성과 효능 입증 또는 제품 출시를 공언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3상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 백신 후보 9개

◇최종 단계인 3상에서 잇딴 부작용

코로나 백신 개발 선두주자로 꼽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6일 임상 시험을 중단했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에게서 척수염이라는 희소 질환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부작용 조사를 끝내고 임상 시험을 재개했지만 미국 보건 당국은 여전히 보류시켜 놓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조사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역시 3상을 진행 중인 화이자 임상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났다. 2회 차 백신을 접종한 1만2000명 가운데 일부 참여자에게서 피로 호소, 두통, 근육통, 고열 등 ‘경미’ 또는 ‘중간’ 수준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존슨앤드존슨이 스페인에서 진행하는 임상 2상에서 중도 포기자가 생기기도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는 것이라 특히 안전성 점검이 중요하다”며 “잘못 만든 백신은 바이러스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증 이상의 부작용이 문제라며 화이자에서처럼 경미한 수준의 부작용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백신이 인체에 들어가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맞은 부위가 붓거나 열이 나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정도는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남재환 가톨릭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중국 백신처럼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지난 12일 시노팜 백신에 대해 “(수십만명에게 접종했지만) 부작용 사례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릴리 항체 치료제, 입원율 72% 감소

현재 코로나 치료제로 쓰는 것은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 등 두 가지 약이 전부다. 오명돈 중앙임상위 위원장은 얼마전 기자회견에서 “현재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건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뿐”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효과가 제한적이다.

그런데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가 코로나 감염 환자의 입원율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임상 시험 결과가 나왔다. 릴리는 16일(현지 시각) “4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접종받은 코로나 감염자는 입원율이 72% 감소했다”는 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릴리는 지난달 최종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했다.

항체는 백혈구가 분비하는 면역단백질로 바이러스에 결합해 다른 세포로의 감염을 막는다. 동시에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 공격하게 한다. 치료 효과와 함께 단기적으로 바이러스 예방 효과도 있어 백신이 나오기 전 의료진을 감염에서 보호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임상 시험 중간 결과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임상 시험에서 항체를 저용량, 중간 용량, 고용량으로 나눠 접종했는데, 중간 용량만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치료제는 용량이 늘수록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이번 임상의 치료 효과가 우연일 수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내 제약사인 셀트리온도 연말 긴급 사용 승인 신청을 목표로, 릴리와 비슷한 방식의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