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이 28일 한국 특파원단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OECD

“한 세대 만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놀라운 변신을 한 한국이 회원국이라는 게 자랑스러웠습니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15년간 이끌어온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은 지난 28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상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멕시코 국적인 구리아 총장은 고국에서 재무장관, 외무장관을 지낸 뒤 중남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06년 OECD 수장에 올랐다. 5년 임기를 두 번 연장해 역대 최장수 OECD 사무총장으로 기록됐다. 1일 호주 재무장관을 지낸 마티아스 코먼 차기 사무총장과 임무를 교대한다.

구리아 총장은 ‘한국의 느린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 속도가 경기 회복에 지장을 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한국은 높은 수준의 방역 규제 덕분에 확진자 숫자가 적어서 (본격적인 접종까지) 시간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한번 뭔가를 시작하면 좋은 결과를 보여줬듯 백신 접종도 본 궤도에 오르면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구리아 총장은 “완벽한 정책이란 없기 때문에 한국도 개선해야 하는 대목은 있다”며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는 걱정이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완전히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한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한 경기 부양책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2018년 본지와 인터뷰할 때 모습/손진석 특파원

그는 백신 불균형에 대해 우려를 내놨다. 일부 선진국에 백신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이나 가난한 나라에 백신이 재분배돼서 가급적 많은 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며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원칙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구리아 총장은 “당장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게 급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대를 뛰어넘어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탄소세를 무겁게 부과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친환경 정책”이라며 “일부 국가가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주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 15년 동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경제성장과 생산성이지만 뒤처지는 이가 없도록 하는 포용적인 성장을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세가 오는 10월 로마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이전에 주요국 사이에서 실행 방식이 합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임기를 마친 이후 계획을 묻자 “일단 고국 멕시코에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 내년쯤에는 한국도 방문할 생각이 있다”며 “한국에 좋은 친구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