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국적 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안에어라인(SAS) 소속 여객기들이 스톡홀름 북쪽 아를란다공항 활주로에 계류 중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웨덴 정부가 전국에서 셋째로 큰 공항을 폐쇄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항공기 운항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좌파 연정(聯政)의 국정 철학이 반영된 이번 결정에 대해 야권은 항공산업을 위축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스웨덴의 페르 볼룬트 환경부 장관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수도 스톡홀름의 브롬마공항을 가능한 빨리 폐쇄할 수 있도록 조사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항을 폐쇄하면 이를 주택 건설 부지로 바꾸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36년에 문을 연 브롬마공항은 2019년 이용객이 230만명이었다. 1962년 스톡홀름 북쪽 외곽에서 개항한 아를란다공항이 국제선·장거리 위주로 운영되고, 시내에 가까운 브롬마공항은 국내선·단거리 여객기가 주로 취항한다. 브롬마공항은 아를란다공항과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 있는 공항에 이어 스웨덴에서 셋째로 크다.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시내에 가까운 국내선 위주의 브롬마공항이 있고 북쪽 외곽에 국제선 위주의 아를란다공항이 있다. 스웨덴의 좌파 연정은 브롬마공항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브롬마공항의 폐쇄는 연정의 일원인 녹색당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중심으로 여객기 이용을 줄이자는 ‘플뤼그스캄(비행기 여행의 수치라는 스웨덴어)’ 캠페인이 활발하다. 여객기가 운항할 때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므로 가급적 열차를 이용하자는 운동이다.

연정을 주도하는 중도좌파 사민당과 스테판 뢰벤 총리는 브롬마공항 폐쇄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녹색당이 브롬마공항 부지를 스톡홀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며 밀어붙였다. 녹색당은 플뤼그스캄 캠페인과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브롬마공항 이용객이 줄어든 것을 근거로 삼았다. 스웨덴의 2019년 공항 이용객은 2018년 대비 5% 감소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해 항공산업 종사자들의 반대가 크다. 국내선·단거리 노선이 크게 위축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편다. 여객기 이용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불편이 야기된다는 것도 브롬마공항 폐쇄에 반대하는 이유다. 우파 야권은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10년 이상 브롬마공항 폐쇄를 미루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논란은 유럽에서 정치적으로 녹색당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도 나온다. 프랑스 정부도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고속열차로 15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는 국내선 여객기 취항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