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인구 1만2000명 소도시 노브호로스케. 수도 키예프에서 남동쪽으로 570㎞ 떨어진 이곳에 독특한 이름의 주민센터가 문을 열었다. ‘우크라이나의 뉴욕’. 현지 매체 키예프포스트는 “주유소, 커피숍 등 이 도시의 많은 건물에 ‘뉴욕’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고 했다.

도시 이름을 아예 ‘뉴욕’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주민들과 시 당국 청원으로 우크라이나 의회의 담당 위원회가 이곳 명칭을 ‘뉴욕’으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이 도시의 정식 명칭은 ‘뉴욕’이 된다.

도시명을 바꾸겠다고 나선 이유는 최근 돈바스의 위태로운 정세 때문이다. 2014년부터 이곳에선 친러시아 반군이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정부와 교전을 벌이고 있다. 수차례 휴전이 합의됐지만 번번이 깨졌다. 반군 점령지와 5㎞ 남짓한 거리의 노브호로스케는 작년 폭격으로 주민 십수 명이 죽고 주택 100여 채가 파괴됐다. 올 들어 러시아가 병력 수만 명을 돈바스 인근에 증강해 긴장은 더 커졌다.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미국·독일 등은 러시아의 반군 지원 중단과 병력 철수를 요구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반군에 전면전을 펼치면 우리 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주민은 유로뉴스에 “도시명이 바뀌면 전 세계에 ‘뉴욕 폭격’이란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우방들이 깜짝 놀라 우리에게 더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 했다.

옛 이름을 되찾고자 하는 바람도 담겼다. 18세기 우크라이나 중·동부를 점령한 러시아는 미개척지인 이곳에 이단으로 탄압받던 독일 메노파 교도들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독일 북부 ‘요크’를 떠올리며 ‘뉴욕’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1951년 소련 스탈린 정권이 “자본주의가 연상된다”며 개명하기 전까지 ‘뉴욕 주민’으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