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각)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웃고 있다./EPA 연합뉴스

영국이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BBC와 더타임스는 14일(현지 시각)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영국 남부 사이즈웰에 새로운 원전을 짓는 ‘사이즈웰C 프로젝트’에 대해 자금 조달 방법을 논의해볼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이즈웰C 프로젝트는 3.2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해 영국 내 전력 수요의 7%를 담당한다는 원전 건설 계획이다. 낡아서 폐쇄된 사이즈웰A와 1995년부터 가동중인 사이즈웰B 옆에 새로운 원전을 추가한다는 프로젝트다. 건설 비용은 200억파운드(약 29조원)에 이른다.

영국은 사이즈웰B 가동 이후 23년간 원전을 짓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남서부 힝클리포인트에 원전 건설 공사를 착공한 데 이어, 사이즈웰C 건설도 탄력을 받게 되면서 원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이즈웰C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원전기업인 EDF(프랑스국영전력공사)가 2012년 제안해 영국 정부가 8년간 검토해왔다. EDF가 80%, 중국 원전회사인 CGN(중국광핵전력)이 20%를 투자하는 구조였다. 그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막대한 건설 비용에 대한 반감도 있었고, 중국 기업이 영국 땅에 원자로를 가동하면 안된다는 반대 여론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CGN이 최근 사이즈웰C 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고 했고, 이를 계기로 존슨 총리가 CGN을 대체할 투자 상대를 물색할 것을 EDF와 협의해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아직 착공 여부가 정식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존슨 총리가 힘을 실어주면서 사이즈웰C를 짓는 계획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오른쪽 밝은 회색 부분이 사이즈웰C 원전의 조감도다. 왼쪽 어두운 회색은 현재 가동중인 사이즈웰B 원전./EDF

영국 정부가 사이즈웰C 건설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BBC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전체 전력 생산 중 원전 비중이 20% 정도이지만 기존 원전의 노후화로 이 비중이 2025년에 10%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속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원전 비중이 갑자기 줄어들면 화석 연료의 비중이 높아져 탄소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서 22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한 것도 원전 확대를 통해 실현하려 한다는 해설도 나왔다.

다만 건설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점에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변수다. 영국은 원전 공급회사가 없어 EDF 등 외국 기업이 원전을 짓고 전기료의 일부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원전을 운용한다. 200억파운드에 달하는 사이즈웰C 건설비를 영국 국민들이 나눠 부담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더타임스는 “현재 짓고 있는 힝클리포인트 원전의 공사 기간과 건설비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나고 있어 영국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힝클리포인트 원전의 건설 경과를 보면서 사이즈웰C을 정식으로 착공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