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린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에서 24일(현지 시각) 밤에 이동하는 한 시민을 경찰관들이 검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럽 주요국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속속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있다. 전면 봉쇄령은 경제적 타격이 크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밤에 여럿이 어울리지 않도록 발을 묶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25일(현지 시각)부터 야간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벨기에는 5시간(오전 0~5시) 동안 시행하던 통행 제한을 26일부터 8시간(밤 10시~오전 6시)으로 늘렸다. 이탈리아는 23일 밀라노가 있는 북부 롬바르디아주를 시작으로 로마⋅나폴리 등이 포함된 주들이 속속 야간 통행금지를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파리를 비롯한 일부 도시에서 시행하던 야간 통행금지를 24일부터 확대했다. 전체 인구의 69%가 야간 통금령 적용 대상이 됐다.

스페인, 전국 야간 통행금지… 텅 빈 살라망카 시내 광장 - 24일 밤 10시(현지 시각) 스페인 서부 살라망카의 시내 광장이 거의 텅 비어 있다. 스페인 정부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25일 전국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스페인에서는 23일 하루 동안 2만명 가까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EPA 연합뉴스

그러나 야간 통행금지라는 어정쩡한 수준의 조치로는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는 17일부터 코로나가 가장 심각한 파리·마르세유·리옹 등 아홉 도시에서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했지만, 22일부터 나흘 연속 하루 4만~5만명 확진자가 발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야간 통행금지가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도했다. 설문조사 등을 실시해보니 야간 통행금지만으로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 횟수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셸 레제아 파리고등보건대학 교수는 “야간 통행금지가 전염병 차단에 효과가 있다는 어떠한 연구 결과도 없다”며 “보건 정책이 아니라 치안 정책”이라고 했다.

거리로 나온 헬스장 직원들 - 25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투린에서 헬스장 직원들이 봉쇄령에 항의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헬스장 등을 한시 폐쇄하기로 했다. /EPA 연합뉴스

야간 통행금지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25일 극우 단체 회원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폭력 시위를 벌이며 야간 통행금지 철폐를 주장했다. 26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선 손님이 끊어진 택시 운전기사들이 도심 광장에 차량 180여대를 세워두고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요식 업계는 저녁 영업이 차단돼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보건 전문가는 ‘야간 통행금지 무용론’을 제기하며 전면 봉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 정상들은 경제적 타격은 물론이고 여론의 불만이 커질 것을 우려해 주저하고 있다. 가을 이후 정부 차원에서 전면 봉쇄령을 내린 유럽 국가는 아일랜드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