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비구이위안 아파트 건설 현장./베이징=이벌찬 특파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영문명 컨트리가든)의 신용등급을 디폴트(채무 불이행) 수준으로 강등했다. 비구이위안은 이달 초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에 대해 기한 연장을 요청하며 ‘생사의 기로’에 섰다.

31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로 내렸다. Ca 등급 부여는 디폴트 임박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달 10일 무디스는 채권 이자 상환에 실패한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3단계 낮췄는데, 20여일 만에 추가로 3단계를 강등했다. 케이븐 창 무디스 수석 부사장은 “등급 강등은 비구이위안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고, 디폴트 위험이 크고, 회복 전망이 어둡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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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비구이위안은 39억 위안(약 7090억원)짜리 사모채권 상환을 유예하는 표결을 진행한다. 회사 측은 오는 4일 만기가 돌아오는 이 채권의 상환 기한을 2026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채권자들에게 제안한 상태다. 40일의 거치 기간도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표결은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다가 31일로 미뤄졌고, 다시 1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오후 11시)로 연기됐다. 비구이위안이 채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표결 시기가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채권 상환 유예가 승인되려면 채권 액면가 절반 이상 보유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첩첩산중이다. 비구이위안이 막아야 할 채권 원리금 총액은 157억200만위안(약 2조8600억원)에 달한다. 이번 39억 위안짜리 채권을 시작으로 다음달과 연말, 내년 초까지 대형 채권들의 만기가 줄줄이 도래한다. 비구이위안이 지난달 7일 지불하지 못한 달러 채권 2종의 이자(2250만달러)는 한 달의 유예 기간이 끝나는 이달 6일까지 해결해야 한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30일 공시에서 올해 상반기에 489억 위안(8조9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