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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들어 서방 언론에 코로나 19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보도가 쏟아집니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지난 3월 정부가 코로나 19 바이러스 관련 기밀 정보를 90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하는 ‘코로나 19 기원법’을 통과시켰죠. 예정된 90일 종료시점이 다가오자 곳곳에서 보도가 터져 나오는 겁니다.

가장 눈에 띈 건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주말판인 ‘선데이 타임스’의 6월10일 자 탐사 보도였어요. ‘코로나 19사태가 터지기 전 우한연구소 내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나’는 제목을 단 장문의 보도인데, 중국군과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생화학 무기로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개발하다가 관리 부실로 유출됐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미국 내에서는 그동안 연구소 유출설과 자연발생설이 계속 대립해왔죠. 미국 에너지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연구소 유출설을 지지한 반면,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은 자연발생설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선데이 타임스는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미국 정부 기밀문서와 각종 과학 논문, 관련 인사들 사이에 오간 이메일 등 수백건의 자료를 검토한 끝에 ‘연구소 유출설’ 쪽의 손을 들었어요.

선데이 타임스가 6월10일 내보낸 코로나 19 기원에 대한 탐사보도. /더 타임스

◇미 연구자, 바이러스 조작 기술 지원

우한연구소가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한 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종식된 직후인 2004년부터라고 합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이 연구소의 바이러스 전문가 스정리(石正麗) 박사죠.

사스 바이러스도 코로나 19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스 박사는 연구에 필요한 바이러스 확보를 위해 중국 서남부 윈난성의 박쥐 동굴을 샅샅이 뒤졌다고 해요. 오랜 탐사 끝에 2012년 쿤밍 인근 스터우산에서 SHC014라는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박쥐 여인'으로 불리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바이러스 전문가 스정리 박사. 코로나 19 기원을 풀 수 있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바이러스 대량 증식 기술이 부족했던 스 박사는 이 분야 베테랑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랠프 바릭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지원을 받았다고 해요. 영국인 박쥐 전문가 피터 다스작 박사는 ‘에코헬스 얼라이언스’라는 비영리단체를 구성해 미국 정부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연구 자금을 받았고, 그 중 65만 달러를 스 박사에게 나눠줬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미국 정부에 보고하는 조건이었죠.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미중 간 연구 협력이 이뤄진 셈인데, 이 과정에서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도록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하고, 조작된 유전자를 실험용 쥐에 주입해 바이러스의 치명도를 끌어올리는 위험한 기술이 고스란히 중국에 넘어갔다고 합니다.

◇꼭꼭 숨긴 모장 동굴 프로젝트

스 박사 연구팀은 2012년 윈난성 남부의 모장(墨江)이라는 곳의 한 폐쇄된 구리광산에서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해요. 이곳에서 9개 유형의 바이러스를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확보 사실 자체는 공개했지만, 전후에 벌어진 중요한 사실 하나를 숨겼어요.

구리광산에 들어가 박쥐 분변 등을 채취했던 6명의 남성 작업자가 이후 고열과 기침, 폐렴 등 코로나 19와 비슷한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이 중 3명이 사망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겁니다.

중국 남부 윈난성에 있는 한 박쥐 동굴. /AP 연합뉴스

미 국무부 조사팀은 정보 당국이 확보한 도·감청 자료와 해킹 자료 등을 토대로 코로나 19 기원을 조사했는데, 이 남성들을 치료한 의료진이 쓴 논문 등을 통해 작업자들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요.

이 광산에서 나온 바이러스 중 하나가 전 세계적으로 7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유전자 구조가 대단히 비슷했다고 합니다.

◇중국군 개입, 바이오 무기로 개발

선데이 타임스는 “우한연구소가 최소 2017년부터 중국군사의학과학원과 공동으로 비밀리에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를 해왔다”고 썼어요.

모장 광산에서 확보한 바이러스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인간에 대한 전파력과 치명도를 최대한 끌어올렸고, 이를 실험용 쥐에 주입해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는 겁니다. 새로 만들어진 바이러스에 맞춰 백신을 개발하는 작업도 진행했다고 해요.

2019년 베이징에서 열린 한 좌담회에 참석한 군사의학과학원 저우위선 박사. 코로나 19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20년2월 백신 특허를 출원해 중국군이 사전에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해왔다는 의혹을 낳은 인물이다. 2020년5월 우한연구소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후닷컴

미 국무부 조사팀은 중국군이 스 박사가 확보한 미국 기술을 바탕으로 생화학전용 바이러스를 개발하려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2015년 중국군사의학과학원의 한 연구원이 쓴 책에는 “바이러스를 조작해 인간이 쉽게 감염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스 바이러스가 생화학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해요.

이 과학원 소속 저우위선(周育森) 박사가 코로나 19사태가 터진 직후인 2020년2월 바이러스 백신 특허를 전격 출원한 것도 사전에 연구가 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합니다.

◇연구원 3명 감염으로 시작

코로나 19 팬데믹이 시작된 직후 감염 환자가 집중적으로 나온 지역. 첫 진원지로 알려진 화난수산시장보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인근에서 더 많은 환자가 나왔다. /자료=선데이 타임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유출된 시기는 2019년11월이라고 해요. 우한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입니다. 30~40대 연구원 3명이 감염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한 연구원 가족이 감염돼 사망했다고 해요. 치과 수준인 생물안전등급(BSL)-2의 위생 환경에서 위험한 연구 작업을 수행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조사 결과에도 미 정부 내에서는 아직 최종 결론을 못 내고 있다고 해요. 뉴욕타임스는 “CIA는 여전히 확실한 물증(smoking gun)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외부 조사를 계속 차단해온데다, 결정적인 물증이 될만한 자료도 모두 폐기해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거죠.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확보한 기밀 자료가 대거 공개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코로나 19 책임론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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