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중국 관영 매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에 따라 울고 웃었다. IMF는 2월 초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5.2%로 올려 잡았다. 작년 10월 4.4%에 비해 0.8%포인트를 높은 수치였다. 관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전망치(5.0%)보다 더 높았다. IMF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 인구 유동량과 경제활동이 회복되면서 중국 경제가 올해 반등하고 전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썼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IMF가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중국 경제 회복이 세계 경제의 쇠퇴를 막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반색했다.

2027년 성장률 3%대로 추락

하지만 IMF 전망 보고서 핵심은 중국 경제의 장기 성장률에 대한 우울한 전망과 경고였다. 올해는 5.2%로 반등에 성공하지만, 내년에는 4.5%로 하락하고, 2027년에는 3.8%로 3%대에 진입해 2028년에는 3.4%까지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IMF는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투자 자본 이익률이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갈수록 떨어지는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앞으로 성장률을 좌우할 것”이라면서 “국유 기업 개혁 등 구조 개혁을 단행하지 않는다면 5년 내에 성장률이 4%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런 IMF의 경고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전형적인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경제 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도달한 뒤 장기간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의 장쑤성 쉬저우 문화관광복합단지 건설 현장. 헝다그룹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다./AFP 연합뉴스

작년 중국 인구가 61년 만에 처음으로 85만명 감소를 기록하고, 경제성장률도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3.0%를 기록하면서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 쇠퇴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된다. 지난 40년간 고도 성장을 계속해온 중국 경제가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으며 다시는 고성장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좋았던 날은 지나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1월 18일 ‘중국의 좋았던 날은 지나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60여 년 만에 인구가 처음으로 감소했고, 성장 속도도 느려졌다”면서 “그동안 중국에 몰렸던 서방 투자자들은 이제 중국을 외면한다”고 썼다. 조니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은 “앞으로 5~10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답보 상태에 머무를 것이라는 점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본다”며 “중국은 지난 10~20년 전처럼 세계경제의 동력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중국이 일본처럼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FT는 지난 26일 시티그룹 보고서를 인용, “오늘날 중국은 거품 붕괴 이후 일본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고 보도했다. 인구 감소와 주택 가격의 급속한 하락, 인프라 투자와 수출에 기댄 인위적인 성장률 끌어올리기 등이 일본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2056년 출생 인구, 미국보다 적어져

쇠퇴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인구이다.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위와(育娃)인구연구는 중국 인구가 올해부터 빠른 속도로 감소해 2042년에는 13억명 이하로 떨어지고, 2069년에는 10억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한다. 노동인구도 2015년 8억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다. 중국 고도 성장의 동력이었고 시장 수요의 중요한 축인 인구 감소는 성장률 하락의 주요인이 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할 당시 20.1세였던 중국의 중위연령(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은 2021년 37.9세로 미국보다 더 많아졌다”며 “중국의 쇠퇴는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썼다.

중국 노동인구 추이

인구 감소의 흐름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1980년 시작된 한 자녀 정책의 여파로 가임기 여성 숫자 자체가 해마다 줄고 있고 합계출산율도 2022년 기준 1.18로 낮은 탓이다. 위와인구연구는 “중국의 출생 인구는 해마다 줄어들어 2056년에는 연 400만명 수준인 미국에도 추월을 당할 것”이라고 했다.

‘중진국 함정’에 진입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부가가치 높은 첨단 기술 산업 위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생산성 떨어지는 국유 기업을 개혁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미·중 경쟁과 시진핑 주석 1인 독재 체제로 인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미국은 작년 12월 일본, 네덜란드와 함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고, 올 1월에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는 등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320%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 급증한 고령 인구 부양 부담 등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힌다.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작년 12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소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와 부동산 거품으로 지탱해온 중국 경제가 거의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빠른 생산성 향상이 따라주지 않으면 중국은 곧 ‘중진국 함정’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번영하는 중국보다 쇠퇴하는 중국이 더 위험”

美 싱크탱크 ‘對中 정책 조정’ 주문 “한국 등 對中 의존도 줄여야”

미국 내에서는 작년부터 전문가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중국의 쇠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경제의 쇠퇴가 빨라지면 시진핑 주석 정부가 대만 침공 등 군사적 모험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큰 만큼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작년 12월 19일 자 ‘중국의 위험한 쇠퇴’ 기사에서 “쇠퇴하는 중국이 번영하는 중국보다 더 위험할 수 있으며 몰락하는 중국이 미국에 더 큰 어려움을 안길 것”이라며 “정부가 대중 정책의 초점을 신속하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지적했듯이 떠오르는 국가가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쇠퇴하기 시작하면 1차 대전 당시 독일이나 2차 대전 때 일본처럼 미국을 공격할 위험이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이 독재자의 칼집에서 ‘민족주의’라는 화살을 꺼내면 ‘수퍼 사이즈’의 북한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대만 등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 정책 조정을 주문하는 주장도 나온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아태 지역에 군사력 배치를 늘려 대만 침공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억지력을 강화하되, 경제 분야에서는 미중 양국에 모두 손해가 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식의 관세 전쟁은 끝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서 여전히 중국과 협조할 일이 많은 만큼 중국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전략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알 자지라는 지난 1월 ‘중국 고도성장은 영원히 끝났나’라는 기사에서 “중국을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하는 많은 나라는 수요 급감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얼마나 빨리 인도, 동남아시아 등지로 중점을 옮기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