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어린이날인 '히나마쓰리'를 맞은 올해 3월 3일에 일본 도쿄의 한 신사에서 히나 인형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연합뉴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그런데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날을 어린이날로 기념하고 공휴일로 지정해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날짜와 명칭, 성격이 빼닮았지만 유래는 한국과 다르다.

일본 어린이날의 기원이 된 것은 남자아이들을 위한 날인 ‘단고노셋쿠(端午の節句)’다. 이날은 단오(음력 5월 5일)에서 유래됐는데, 남자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하는 날이다. 아이를 액운(厄運)에서 지킨다는 의미로 집안에서는 갑옷이나 투구를 장식하고, 강인함과 신성함의 상징인 잉어 모양 깃발(고이노보리)을 매달기도 한다.

메이지 유신 이후 양력이 정착하면서 매년 5월 5일로 굳어졌다. 일본은 1948년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공식 명칭을 ‘어린이날’로 정하고, 남녀 모든 어린이를 축복하는 날로 정의했다. 일본 법률은 이날을 ‘어린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동시에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날’로 규정한다. 다만 ‘단고노셋쿠’의 전통도 아직 강하게 남아있어서 남자아이들을 위한 각종 세시풍속 행사도 활발히 진행된다.

여자아이를 위한 날도 따로 있다. ‘인형의 축제’라는 뜻의 ‘히나마쓰리(雛祭り)로 3월 3일이다. 삼짇날(음력 3월 3일)에서 유래됐으며 공휴일은 아니다. 이날 여자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인형, 복숭아꽃 등을 장식해 아이의 장래를 축복한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일본 유학생들의 모임인 색동회 주도로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한 것이 시초다. 이후 5월 첫째 일요일로 바뀌었다가 일제 탄압에 중단됐고, 광복 후 되살아나 5월 5일로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