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지난 달 문을 연 대규모 테러범수용센터. 이 시설에 테러범 4만명이 수용될 예정이다./연합뉴스

중미 엘살바도르가 여성 살해 범죄인 ‘페미사이드(femicide)’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앴다. 나이브 부켈레 정부가 지난 1년간 강력히 추진한 ‘범죄와의 전쟁’ 정책의 일환이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디아리오엘살바도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의회는 전체 의원 84명 중 76명의 찬성으로 여성 살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완전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기존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다. 이에 따라 엘살바도르 검찰은 관련 혐의에 대해 사건 발생 시점과 관계 없이 언제든 기소할 수 있게 됐다.

여성 인권 수준이 높지 않은 엘살바도르에서는 최근 5년간 살해당한 여성이 매년 최소 200~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해자 다수가 가족이나 연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끝에 살해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역사적인 수정안’이라고 평가하며 “여성을 상대로 이러한 유형의 범행을 저질러 놓고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받지 않는 일이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부켈레 대통령이 “갱단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며 용의자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를 허용하는 등 ‘범죄와의 전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엘살바도르는 최근에는 중남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교도소를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은 “대규모 갱단 소탕 작전으로 6만2000여 명을 체포한 엘살바도르 당국은 교도소 수용 공간이 부족해지자 4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새 교도소를 건립했다”고 전했다. 여의도 면적(2.9㎢·윤중로 제방 안쪽 기준)의 절반이 넘는 1.65㎢의 부지에 들어선 이 교도소에는 11m가 넘는 콘크리트 벽과 전기 울타리, 19개의 망루가 설치돼 있고, 850여 명의 인력이 돌아가며 밤낮으로 경비를 선다.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에서 수감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성인 인구의 약 2%가 감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