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아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을 깜짝 방문해 21일(현지 시각) 미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맞춤’ 연설을 선보이며 자국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전선 전투에 대해 “미국의 새러토가 전투처럼 독립과 자유를 위한 우리의 전쟁은 비극적인 상황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가 언급한 새러토가 전투는 미국 독립 전쟁 당시인 1777년 뉴욕주 새러토가에서 영국군과 벌어진 전투로, 그 결과 영국군이 항복해 미국 독립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승리가 됐다.

이에 더해 젤렌스키는 2차 대전에서 미군의 활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1944년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운 용감한 미군들처럼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올 크리스마스에 푸틴의 군대에 똑같이 대응하고 있다”고 하자 의원들은 일어나 박수 갈채를 보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의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전기가 없어도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의 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며 미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있다. /이덕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국 의회 등에서 화상 연설을 할 때마다 국가별 ‘맞춤 연설’로 협력을 이끌어냈다. 미국엔 “우리는 매일 9·11과 진주만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고, 영국엔 “숲에서, 들판에서, 거리에서 계속 싸울 것”이라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2차 대전 연설을 오마주했다.

지난 4월 한국 국회에서 열린 화상 연설에서는 “한국도 1950년대에 6·25전쟁을 겪고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국제사회 도움으로 이겨냈다”며 연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젤렌스키의 연설 뒤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그의 연설을 크고 분명하게 들었길 바란다”며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을 통과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몇몇 사람들의 입장이 흔들렸길 바라고, (그런 측면에서) 연설이 적절한 시기에 나왔다”고 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여야 의원 모두 젤렌스키의 연설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늘 밤 그의 연설이 평소처럼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존 툰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의 결의가 우크라이나 성공에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 연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