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미국 모더나사의 코로나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암, 난치성 희소 질환과 만성 질환에도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술을 적용한 맞춤형 백신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뉴스1

코로나 팬데믹 전쟁에서 핵심 무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기술이 암 재발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13일(현지 시각) 피부암(흑색종)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실험에서 특수 제작된 개인 맞춤형 mRNA 항암 백신(mRNA-4157)과 머크사(MSD)의 암 치료제 키트루다를 함께 사용한 결과, 키트루다만을 사용했을 때보다 암 재발률이나 사망률을 44%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부작용은 투약군에선 14.4%, 대조군에선 10%로 큰 차이가 없었다.

mRNA 기술이 코로나 이외 질병에 적용돼 임상을 거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암 재발을 막기 위한 mRNA 백신은 일괄적으로 만들어진 코로나 백신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산될 전망이다. 개별 환자 암세포에서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특정 변이를 골라낸 뒤, 이 유전자 정보를 mRNA에 담아 맞춤형 백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mRNA 백신은 약화된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mRNA 방식의 백신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상용화됐다. 현재 m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코로나 백신을 생산·유통하는 기업은 미 모더나와 화이자뿐이다. 지금까지 코로나 중증·사망률 감소에 가장 확실한 기여를 한 백신으로 평가된다. 모더나는 장기적으로 각종 암과 희소 질환, 만성 질환에도 mRNA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모더나는 이번 임상의 구체적 데이터를 의학 저널에 조만간 발표하고, 내년 중 최종 3상 임상에 돌입하기로 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임상 실험 결과가 무척 견고하게 나와 코로나 백신 개발 성공 때가 연상된다”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모더나 주가는 20%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