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취임 후 첫 유엔무대 데뷔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의 수퍼볼’로 불리는 유엔총회에 데뷔한 지난 20일(현지시각), 연설이 예정된 시각보다 1시간30분 전부터 착석해 ‘열공’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미국 뉴욕시 맨해튼 유엔본부의 총회장에 입장했다. 이날 그의 연설은 12시30분에서 1시에 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상 각국 정상들은 경호·의전 등의 문제로 길어야 30분 전에 착석해 연설만 하고 떠나는데, 윤 대통령이 이처럼 일찍 온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였다.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황준국 주유엔 대사 등 최소한의 참모진만 대동했다. 유엔 측은 이번 총회 기간에 코로나 팬데믹이 아직 진행중임을 들어 총회장에 입장하는 각국 대표단을 각 6명으로 제한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여러 정상들이 배우자를 유엔총회장에 동반했고,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특별석에서 연설을 지켜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장에서 박진 외교부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총회장에서 첫 일반토의 연설을 기다리는 윤석열 대통령(한국 대표단석 맨 오른쪽)이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참모진과 연설 원고 등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기자는 취재진을 위해 마련된 4층 발코니석에 앉아 윤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대표단의 모습을 바로 뒤에서 지켜봤다.

윤 대통령은 착석하자마자 자신의 연설문을 다시 한번 훑어보고, 현재 연설 중인 정상이 누구인지 등 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그리고 이어폰을 꽂고 다른 정상들의 연설을 경청했다. 중간중간 참모들과 원고를 최종 검토하고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 외엔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윤 대통령은 12시51분 연단에 섰다. 연설 시작과 끝에 장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국제사회가 연대해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등 ‘자유’를 강조할 때는 일부가 짧은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취임 후 첫 유엔 외교 데뷔 무대다. 연설 제한 시간은 15분인데 윤 대통령은 11분만에 마쳤다. /연합뉴스
20일 유엔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연설을 들으며 박수치는 김건희 여사./AP 연합뉴스

이날 유엔 연설에 나선 많은 정상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인도주의 위기와 글로벌 안보·경제 위기의 면에서 직접 비판한 반면, 윤 대통령은 특정 국가를 비난하거나 지지하지 않고 큰 원칙만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뉴욕타임스와 CNN 등은 라이브 중계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 데뷔 무대에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북한 등 어느 국가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연설은 한국어로 했으며 장내에서 영어·프랑스어 등 통역 서비스가 제공됐다. 다른 나라 정상들도 모두 자국어로 연설했다.

윤 대통령이 연단에 선 시간은 대략 13분, 실제 연설을 한 시간은 11분 남짓이었다. 각국 정상 기조연설 제한시간은 15분이지만 이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다소 짧게 끝났다.

유엔총회가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완전한 오프라인 행사로 열려 세계 150여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뉴욕을 찾은 가운데, 일반토의 첫날인 20일(현지시각) 유엔본부 인근에서 각종 이슈에 대한 각국 시위대도 몰렸다. 이날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대의 모습. /AFP 연합뉴스

이번에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유엔총회가 완전한 오프라인 행사로 전환하면서 150여개국의 정상급 인사가 뉴욕을 찾았다. 이날 뉴욕 유엔본부 주변은 두 블록 전부터 각국 대표단 차량과 유엔 관계자 외엔 접근을 엄격히 통제, 곳곳에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첫 순방지인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을 하려다 현지 교통 제한 등으로 조문을 취소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이날 현장에 지각해 조문을 하지 못했다며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으나, 대통령실은 영국 정부와 조율된 것이며 19일 주요 행사인 장례식에 정상 참석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