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필사의 구조 - 22일 오전(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파크티카주 현지 주민들이 이날 새벽 발생한 규모 5.9의 강진 때 무너진 건물에 깔렸던 부상자를 담요로 감싼 채 옮기고 있다. BBC는 “이번 지진은 20년래 아프간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지진”이라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22일(현지 시각) 규모 5.9의 강진이 발생해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아프간 국영 바흐타르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지진은 진원 깊이가 10㎞에 불과해 인명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다수는 무너진 건물에 깔린 채 발견되고 있다. 실종자와 중상자가 적지 않은 데다, 행정력이 덜 미치는 산간 지역 등에서 사망자 정보가 계속 보고되고 있어 사상자 수는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탈레반 정부는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날 국제 구호단체들에 즉각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 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늘 새벽 남동부 파크티카주(州)에서 강진이 발생, 1000명 넘게 숨지고 수천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현지에 구조대와 헬리콥터 등 장비를 긴급 투입해 구조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 내무부는 “일부 마을은 산간 외딴곳에 있어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지역 중에는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은 데다 탈레반 집권 이후 언론과 국제 구호 단체의 활동이 크게 위축돼 사상자 규모를 파악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현지 가옥들이 대부분 흙벽돌로 지어져 지진에 취약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규모 5.9 강진, 최소 1000명 사망 - 22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파크티카주에서 규모 5.9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주민들이 건물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현지 언론은 1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수천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은 진원 깊이가 10㎞로 얕은 데다 건물 대부분이 흙벽돌로 지어져 쉽게 무너진 탓에 인명 피해가 더욱 커졌다. /AP 연합뉴스

소셜미디어상에는 지진으로 폐허가 된 건물과 잔해, 부상자들이 들것으로 옮겨지는 장면 등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영상 속 가옥들은 처참하게 무너졌거나 크게 부서지고 금이 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던 사망자의 시신을 담요로 그냥 덮어 맨 땅에 줄줄이 늘어놓은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었다.

앞서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이날 오전 1시24분쯤 파키스탄과의 국경 지역인 아프간 남동부 파크티카주 호스트 인근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BBC는 “이번 지진은 20년래 아프간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지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에 걸친 분쟁과 혼란이 빈곤국으로 하여금 지진이나 자연 재해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수준을 개선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MSC는 “이번 지진은 아프간 수도 카불은 물론 동쪽으로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진원으로부터 약 500㎞ 범위 내에 있는 1억1900만여 명이 진동을 감지했다”고 말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프간에 대한 애도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아프간에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긴급 대응을 위해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은 유라시아 지각판과 인도 지각판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지진 발생이 잦다. 지난 1월에도 규모 4.9와 5.6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28명 이상이 숨졌다. 지난 2015년에는 규모 7.5 강진이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을 덮쳐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 아프간 소녀 12명이 지진으로 흔들리는 학교 건물에서 빠져나오다 압사하는 참변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지난 10년간 아프간에서 지진으로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