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부 나탄즈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의 지난 2005년 3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중부 나탄즈의 핵시설에서 의문이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란 당국은 이를 ‘핵 테러 행위’라고 규정, 가해자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는 보도를 내놨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11일(현지 시각) 나탄즈 핵시설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 이 사고로 인해 인명 피해나 누출이 발생하진 않았다”며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며 추후에 추가 정보를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사고 발표 수 시간 뒤 이란 당국은 나탄즈 핵시설 정전 사태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오늘의 공격은 이란 핵 과학 발전의 적들이 필사적으로 감행한 테러 행위”라며 비난했고,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란 정부는 이런 비열한 행위를 비난하며 IAEA와 국제사회가 이런 핵 테러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란 정부는 가해자들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나탄즈 핵시설에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이 있는데, 이곳에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상 사용이 금지된 개량형 원심분리기가 있다. 이 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일 사찰 대상이기도 하다. 이란 정부는 10일 ‘핵기술의 날’을 맞아 나탄즈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행사를 열었는데, 11일 나탄즈 핵시설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음을 밝힌 것이다.

10일(현지 시각) 이란 '핵 과학의 날'을 맞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모습이 담긴 화상회의 화면. 나탄즈 핵시설 관련 사진도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언론들은 나탄즈 핵시설 사고의 배후에 이스라엘 당국의 사이버 공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전했고, 공영 라디오 역시 모사드가 이 사태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채널12는 이번 공격으로 시설 전 구역이 폐쇄됐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아랍뉴스는 이란 당국이 나탄즈 핵시설 정전을 처리하는 동안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중동에서의 작전은 적들의 눈에 숨겨지지 않는다”며 이란을 지칭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나탄즈 핵시설 정전 사태에 대해 “10년 이상에 걸쳐 중동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고조되는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두 적국(이란·이스라엘) 사이의 가장 최근의 사건”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8년 미국 정부는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란 정부는 이에 2019년 5월부터 핵합의에서 정한 핵프로그램 동결 및 감축 의무를 단계적으로 벗어나 핵프로그램을 확대해왔다. 현재 미국과 이란 등 당사국들은 JCPOA 복원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나탄즈 핵시설에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나탄즈 핵시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당시 이란 정부는 ‘외부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라고 주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