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베이징 시민들 /AP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코로나 확산 초기인 올 1월부터 자국 인터넷 여론을 어떻게 조작·통제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문건들이 공개됐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와 미 인터넷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는 코로나 이후 중국 정부가 여론 통제를 위해 작성한 문건과 각종 지침 총 5000건을 분석해 보도했다.

이 문건들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뉴스를 관장하는 중국 정부 기관 망신판(網信辦·중국인터넷망정보판공실)의 항저우 지국과 정부 협력업체인 윈룬빅데이터(雲潤大數據)의 내부 자료를 ‘CCP언마스크드'라는 단체가 최근 해킹한 것이다. NYT는 “중국 정부의 여론 통제는 비밀이 아니지만,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정부 기관과 매체가 동원되고 기술과 자금이 투입되는지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1월, 망신판의 목표는 코로나 심각성을 숨기는 것이었다. 중국 전역의 언론사에는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사스와 연결 짓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중국인들이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해서다. 2003년 발생한 사스는 중국 당국의 늦은 대처로 본토에서만 349명의 사망자를 냈다.

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고위급 회의에서 인터넷 매체 관리·감독을 강조하자 망신판은 추가 조치에 착수했다. 각 언론사에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 입장을 담은 기사 링크를 전달해 인터넷 뉴스 페이지 메인에 걸도록 했다. ‘치료 불가’, ‘치명적’, ‘봉쇄’ 등은 보도 금기어로 지정됐다. 망신판이 실시간으로 삭제할 영상을 정했으며, 소셜미디어에서 영상 삭제가 집중됐다. 공공장소에 널브러진 시체나 아이와 격리돼 병상에서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 등을 담은 영상들이 삭제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들어온 코로나 원조 관련 소식을 최소화하라는 지침도 나왔다. “중국이 외부 도움에 의존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월 7일 코로나 감염 실태를 최초 고발하고 그 자신이 코로나로 사망한 우한 의사 리원량(李文亮) 뉴스는 망신판이 맞은 최대 도전이었다. “리원량을 죽게 한 것은 바이러스를 은폐한 정부”라는 비판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망신판은 전국 언론사에 리원량 사망 소식을 즉각 알리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소셜미디어 회사에는 리원량 이름을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점진적으로 내리고 리원량을 기리는 촛불 사진 등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댓글 부대도 투입돼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했다. 망신판은 이들에게 “가늘어 소리 없는 비처럼 스며들라(潤物細無聲)” “절대 신분을 들키지 말라”고 당부했다.

NYT가 확보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댓글 공작원은 400자 이상 글 한 편을 작성하면 160위안(2만7000원)을 받고, 부적절한 글을 적발할 때마다 2.5위안(420원), 홍보성 글 ‘공유하기’를 누를 때마다 0.5위안(85원)을 받았다. 2013년 하버드대가 발표한 논문에서는 중국 댓글부대 규모를 수십만 명으로 추정하며, 이 중 상당수를 “‘투잡' 뛰는 정부 기관 공무원”이라고 했다.

3월, 리원량 사건 여파가 사그라들자 망신판은 새로운 여론 통제 지침을 내렸다. “분기마다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 ‘검열 점수’를 매겨 평가하겠다”고 했다. 각 매체에 미리 자기 검열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NYT는 “이 기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코로나 여론 통제에 기술업체를 적극 활용했다. 중국 정부의 협력사인 윈룬은 댓글 공작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단시간 안에 ‘좋아요(추천)’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조작했다. 댓글부대가 작성한 글의 개수와 전파력 평가 등 ‘실적'도 윈룬이 실시간 집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윈룬은 ‘댓글 공작 시뮬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뮬레이션에서는 댓글 공작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가상의 인터넷 공간에서 홍보 글을 올린 뒤 누가 더 ‘좋아요’를 많이 받는지 겨루는 방식이다.

샤오창 미국 UC버클리 정보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정치 무기로 사용하는 검열 제도는 단순히 내용 삭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주입하려는 메시지를 만드는 도구가 됐다”면서 “어느 나라도 이렇게는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