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미 뉴욕의 독립서점 '스트랜드 서점'이 경영 위기에 처했다는 호소문을 올리자 이를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긴 줄을 서 있다. /트위터

93년 역사의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독립 서점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수익 감소로 폐업 위기에 처했지만, 독자들의 후원이 쏟아져 기사회생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점 주인인 낸시 베스 와이든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호소문을 올렸다. 코로나로 인한 수익 감소로 서점 운영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낸시는 “서점 사업이 지속불가능하다”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70% 줄었다. 현금도 바닥이 났다”고 썼다.

그러면서 낸시는 ‘#savethestrand(스트랜드를구해라)’라는 문구와 함께 “스트랜드의 93년 역사상 처음으로 도움을 청한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했다.

미 뉴욕의 대표적인 독립서점인 '스트랜드 서점' /트위터

WP는 “독자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이었던 24~25일 스트랜드에 온라인 주문이 2만5000건이 쏟아졌다. 평일 이틀 주문량(600건)의 약 40배 주문량이 몰린 것이다. 매출로 보면 17만550달러(약 1억9200만원)였다.

WP는 “한 번에 197권의 책을 구매한 여성도 있었다”며 “수십명의 손님들은 스트랜드 서점이 자신들의 서재를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요일에는 개점 30분 전부터 십여 명의 손님들이 서점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서점 게시물을 보고 찾아왔다는 빅토리아 폼파(23)씨는 NYT에 “뉴욕 문화의 거대한 상징이 이렇게 힘든 상태인 줄은 몰랐다”며 “우리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했다.

지난 25일 미 뉴욕 스트랜드 서점의 주인 낸시 베스 와이든이 가게 앞에 줄 선 손님들을 촬영해 올린 감사 영상 일부. /트위터

뉴욕 맨해튼에 있는 스트랜드 서점은 1927년 문을 연 이래 93년간 뉴욕의 문화적 상징으로 역할을 해왔다. 이 서점은 새책이나 헌책, 희귀본 문고 등 약 250만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책들을 한 줄로 세우면 18마일(약 29km)이 된다는 의미에서 ’18마일의 책들(18 Miles of Books)'이라고도 불린다.

낸시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 서점이 단순한 서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발견과 교류의 장이라고 생각해왔다”며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 올해 말까지는 서점이 지속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서점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독립서점들은 코로나 팬데믹과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으로 인해 한 주에 점포 하나가 문을 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