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봉을 앞둔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이 “중국의 반인륜적 범죄 정당화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미국 영화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으며 보이콧(불매) 움직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실사영화 뮬란 포스터. /디즈니

아이작 스톤 피시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9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에서 ‘디즈니의 뮬란이 스캔들(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뮬란의 가장 파괴적인 부분은 영화 스토리가 아니라 크레딧”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개된 뮬란의 엔딩 크레딧에는 촬영 장소 중 하나인 신장위구르 자치구 투루판시(市)의 공안 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 선전부 등을 향한 감사 표시(China Special Thanks)가 삽입됐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벌이는 현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자치구 내 신장위구르족(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소수민족) 강제수용소에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디즈니가 촬영 장소를 내줬다는 이유로 중국 공안 당국에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한 것이다.

피시 선임연구원은 “디즈니는 오늘날 세계에서 최악의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신장위구르의 공안 당국과 선전부에 감사를 표했다”며 “디즈니가 반인륜적 범죄를 정당화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디즈니는 신장위구르에서 촬영하기 위해 중국과 부끄러운 협상을 했다. 뮬란은 디즈니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영화”라고 했다.

중국 전문가인 에이드리언 젠츠는 영국 BBC 인터뷰에서 “공안 당국은 위구르인들이 구금된 수용소에서 재교육을 담당하는 곳이고 선전부는 신장 지역에서 국가 선전을 맡고 있다”며 “디즈니는 집단 강제수용소의 그늘에서 이익을 보는 국제 기업”이라고 밝혔다. 인권운동가 숀장은 “뮬란을 촬영할 때 공안 당국이 얼마나 많은 위구르인들을 캠프에 수용했을까”라고 지적했다.

또 미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디즈니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며 “디즈니는 중국 공산당 기분을 맞추려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썼다. AP통신은 “노골적인 엔딩 크레딧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디즈니가 동명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겨 제작한 영화 ‘뮬란’ 포스터. /디즈니

앞서 뮬란의 주연 배우 유역비(劉亦菲)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나는 (홍콩 시위대를 진압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비난해도 된다”, “홍콩은 수치스러운 줄 알라” 등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이에 홍콩·대만 등에선 뮬란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조슈아 웡은 지난 7일 트위터에 ‘보이콧 뮬란’이란 해시태그(#)와 함께 “뮬란을 보는 것은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을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무슬림 위구르인 집단 감금에도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 뮬란은 1998년 제작된 애니매이션 작품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여성 영웅의 이야기다. 하지만 실사화 과정에서 서구의 관점으로 동양 문화를 이해한 ‘오리엔탈리즘’이라거나, 시대 고증을 잘못했다는 등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으로 개봉이 계속 미뤄졌다. 디즈니는 결국 지난 4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뮬란을 개봉했다. 국내에선 10일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오는 1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