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과 상실의 팬데믹을 이겨낸 극장가가 3년 만의 거리두기 해제와 오랫동안 개봉을 기다려온 블록버스터의 개봉으로 다시 르네상스를 맞았다. 여기에 칸국제영화제의 수상 효과는 물론 멀티플렉스의 차별화된 특수관 론칭까지 더해지면서 3년 전 활기를 띠었던 극장가로 완벽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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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극장가도 신작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관객 끌어모으기에 열을 올렸다. 5월 4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샘 레이미 감독)를 시작으로 18일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 이달 1일 개봉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콜린 트레보로우 감독), 8일 개봉한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까지 할리우드와 국내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간판을 내걸면서 등 돌린 관객의 마음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범죄도시2'는 '범죄 소탕'이라는 원초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화려한 액션, 독보적인 캐릭터의 삼박자가 어우러지며 관객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그 결과 개봉 2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 팬데믹 이래 첫 1000만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또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인 '브로커'는 주연을 맡은 송강호가 지난달 열린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흥행 버프를 받았다. '브로커'는 '범죄도시2'에 이어 극장가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하며 순항 중이며 오는 29일 개봉 예정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 역시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으로 일찌감치 입소문을 얻어 흥행에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CGV영등포 ScreenX PLF

이러한 극장가의 정상화는 실질적인 지표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1월의 전체 매출액은 556억0149만5920원, 관객수 571만8042명에 그친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5월 극장가는 전체 매출액 1507억4362만3160원, 관객수 1455만3994명으로 약 3배가량 껑충 뛰었다. 본격적인 흥행 잭팟이 터진 6월 극장가는 2주 차 만에 810억4888만2590원, 관객수 795만258명을 돌파했다. 1월 전체 매출액을 이미 뛰어 넘은 상태며 5월 매출액 또한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CGV강변 씨네&포레

극장가 취식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 살림살이도 숨통이 트였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2022년 5월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이체, 소액결제 등으로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 3사에서 결제한 금액을 표본 조사한 결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지난달 결제 추정 금액 합계는 14575억원으로 202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화를 관람하는 것만 아니라 팝콘 및 굿즈 판매 등으로 수익 창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롯데시네마 시네 패밀리

팬데믹 기간 OTT로 빼앗긴 관객을 되찾기 위한 멀티플렉스의 변화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독립되고 고급화된 전략으로 변화에 나선 멀티플렉스는 집에서 OTT로 봤을 때 느낄 수 없었던 '영화적 체험' 차별화를 테마로 다양한 프리미어 상영관을 론칭했다.

롯데시네마 프라이빗 부스

CGV는 실버 스크린으로 더 또렷한 화면을 구현한 것은 물론 고급 호텔에 들어가는 듯한 프라이빗 박스 시스템도 갖췄다. 팬데믹에서 아직 완벽히 벗어나지 못한 물리적, 심리적 상황을 이용, 독립된 공간에 대한 니즈를 반영한 특별관을 론칭하기도 했다. 도심 속 자연을 표방, 극장 내 잔디가 깔린 '씨네&포레' 특수관도 가족 단위의 관객부터 MZ관객을 사로잡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롯데시네마 역시 위기를 기회로 바꿀 특수관을 리뉴얼해 개관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스타일러부터 공기청정기까지 배치된 '시네 패밀리'를 업그레이드 시켰고 메가박스는 8석의 상영관을 통째로 빌리는 VIP 전용 상영관 '더 부티크 프라이빗'을 만들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3년간 극장가는 정말 많은 위기를 겪었고 개봉작이 전멸한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 자구책으로 명작을 재개봉하거나 게임, 콘서트 실황 등을 상영하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또 OTT 콘텐츠와 경쟁 속 극장만의 차별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덕분에 특수관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숨통을 튼 극장 전망은 상당히 밝다. '범죄도시2'가 다시 돌아온 충무로 르네상스의 포문을 열었고 이후 개봉하는 한국 신작도 관객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3년간 개봉을 기다린 한국 대작들이 대거 여름 시즌에 등판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극장가 특수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