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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마마무’ 등이 속한 가요기획사 ‘RBW’ 소셜 미디어 계정에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글이 게재됐다, 삭제돼 파장이 일었다. K팝계에 중국 발 위험요소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RBW는 31일 인스타그램·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에 영어와 중국어로 "우리 회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즉 '원 차이나'는 중국 본토와 대만·홍콩·마카오가 '나뉠 수 없는 하나'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이다. 합법적인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원칙이다. 지난해 K팝 아이돌 그룹에 속한 일부 중국인 멤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지지해 갑론을박이 따르기도 했다.

반대로 대만 출신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과거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들고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네티즌들이 그녀에 대해 횡포를 부린 것 역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슬렀다는 불만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기획사가 이런 정치적 논쟁이 다분한 글귀를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처음 이 글을 올라왔을 때, 상당수 네티즌이 소셜 미디어 계정이 해킹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한 이유다.

RBW은 논란이 된 글을 바로 삭제한 뒤 사과했다. "내부적으로 협의되지 않은 내용의 게시글로 혼란을 빚어 죄송하다. 확인 결과, 직원의 단독 행동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 중국, 한류에 양날의 검…차세대 부흥지 VS 위험요인 많다 지난 2017년 중국 정부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한한령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류의 차세대 부흥지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동북공정 등 중국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오히려 위험요인으로 돌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항미원조(抗美援朝)'가 한류를 뒤흔들 뇌관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에프엑스(fx)의 빅토리아, 엑소의 레이, 우주소녀 성소·미기·선의, 프리스틴 출신 주결경 등이 웨이보에 '항미원조 작전 70주년을 기념한다'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잇따라 올리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중국은 6·25 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와 싸웠다'는 뜻으로 항미원조라 부른다. 한국을 기반으로 인기를 얻은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중공군이 한국과 미국의 침략 전쟁인 6·25 전쟁에서 이를 막아냈다'는 중국 측의 주장이 담긴 글을 올리자,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2000~2010년대 한류 활황의 주무대는 일본이었지만, 그 시작은 1990년대 중국이었다. 'H.O.T' '클론' 등 가요가 이끌었다.

인구가 5000만명 남짓에 불과한 한국은 인구가 14억명이 넘는 중국 시장을 일찌감치 감안했다.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대중문화 진출 초창기에 중국은 환영했다. 한국문화 콘텐츠를 베끼는 '모방기'도 있었다. 하지만 경제발전으로 축적한 자본에 한국콘텐츠를 결합하는 '합작기'를 거쳐,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뒤 '독자 콘텐츠 생산기'로 진화하면서 역수출도 가능해졌다. 최근 OTT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중국 드라마'(중드) 열풍이 그 예다.

그러자 중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국과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의 위력을 과시하는 중국인들의 상당수는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2030 세대다.

중국에서 이들은 각각 '링링허우'(00后)와 '주링허우'(90后)로 불린다. Z세대인 2000년대와 1990년대 출생자를 가리킨다. 시진핑 시대의 과도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첫 세대들인 이들은 강한 중화사상에 물들어 있다.

이런 부분이 맹목적 애국주의를 불러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어깃장을 놓으면, 맹목적 적대심으로 '사이버 폭력'을 발현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치, 한복 등을 자기들 것이라고 생떼를 쓰는 동북공정에도 앞장서고 있다.

중화권 출신 아이돌 역시 이런 영향을 받고 있다. '에버글로우'의 중국인 멤버 이런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되는 목화 지지를 선언해 K팝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예다.

이런은 최근 자신의 중국 소셜 미디어 계정에 '신장 목화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해시태그 '#我支持新疆棉花'를 게재했다.

앞서 H&M,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잇따라 신장산 면화 관련 보이콧을 했다.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 차원이다.

그러자 중국인들은 오히려 해당 브랜드 상품들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이 중국의 이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그룹 '갓세븐'의 홍콩 출신 멤버 잭슨은 반발의 의미로, 아디다스와의 협업 관계를 끊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중국 풍이 다분했던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되는 등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JTBC가 편성 예정인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원작이 중국 작품인 점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국의 인기 작가 쯔진천의 소설 '장야난명(長夜難明·동트기 힘든 긴 밤)'이 원작이다. 온라인에선 해당 책이 출간 당시 중국 정부가 적극 홍보하는 등 '시진핑 정부 선전 소설'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견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많은 인구로 차세대 한류 부흥지로 지금도 예상하고 있지만, 다양한 정치적 이슈가 부상하면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인기를 얻거나 주목 받기 위해선 중국 아이돌의 영입이 필수적인데 현재 같은 상황에선 솔직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