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국립국어원이 권장하는 단어를 표기했을 뿐인데 프로불편러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유모차’를 ‘유아차’라고 표현한 웹예능 ‘미니 핑계고’가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지난 3일 공개된 ‘미니 핑계고’에 게스트 박보영이 나와 유재석-조세호와 소탈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박보영은 조카들과 놀이공원에 놀러간 에피소드를 꺼냈고 출연자들은 여러 차례’ 유모차’라고 말했다. 그런데 제작진이 덧붙인 자막에는 ‘유아차’로 대체됐다.

지난 2018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 언어사전을 발표하며 ‘유모차’를 ‘유아차’로 대체해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서울시인권위원회는’ 유모차’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지만 '어미 모(母)’자만 들어가 평등 육아 개념에 반하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이는 차별적 용어 사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받았고 시 의원들이 서울시 인권 조례나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자치법규 개선 권고 사항을 담아 용어 바꾸기에 앞장섰다. 유모차 외에도 부모는 보호자로, 미혼은 비혼으로, 저출산은 저출생으로, 자매결연은 상호결연으로 바꿔 쓰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비록 수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완전한 바뀜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번 ‘핑계고’ 영상에는 수많은 싫어요 버튼이 눌러져 있다. 일부 누리꾼들이 정치적 해석을 더해 불쾌감을 내비친 것.

하지만 ‘유아차’는 국립국어원에서도 권장하는 단어다. 지난해 11월 ‘유모차와 유아차가 혼용되고 있는데, 두 단어 중 표준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한 누리꾼의 물음에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유모차’와 ‘유아차’가 모두 표준어로 등재돼 있으므로, 두 표현 모두 표준어로 볼 수 있다”고 답한 국립국어원이다.

다만 “‘유모차’를 ‘유아차’나 ‘아기차’로 순화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되도록 ‘유아차’나 ‘아기차’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권장되기는 한다”고 덧붙이며 대체 움직임에 동조했다.

깨어있는 방송인들 가운데에선 일찌감치 유아차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뉴스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 ‘한블리’, ‘유퀴즈’, ‘조선의 사랑꾼’ 등에서 유모차 대신 유아차라는 자막을 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핑계고’ 영상만 꼬투리를 잡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억지다.

해당 영상의 좋아요 수는 4.5만 개인 반면, 싫어요는 13만 개가 넘는다는 사실이 웃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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