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한 여성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장면./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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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 미국의 근로자들은 1주일에 평균 37.5시간 정도 일했다. 주중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하면 오후 5시30분(점심시간 1시간) 정도면 퇴근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미국의 양대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브루킹스연구소가 미국 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평균 36.9시간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하는 시간이 36분(약 0.6시간) 정도 줄어들면서, 퇴근 시간도 오후 5시로 앞당겨진 것이다.

코로나19 겪으며 줄어든 근로시간

왜 줄었을까.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꼽힌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직장을 떠난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미국 자영업자 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 9월 미국 중소기업 가운데 67%가 사람을 뽑거나 뽑으려고 했는데, 이 가운데 51%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2021년 11월에는 스스로 일자리를 떠난 사람이 453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우리 노동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고용주들은 돈을 훨씬 더 주겠다고 해도 일하겠다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어 울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록적인 구인란을 겪으면서 기업들은 직원을 뽑아 붙잡기 위해 주4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내걸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일을 덜하겠다는 움직임이 커졌다. 미국 증권사 제프리스가 2021년 회사를 그만둔 MZ세대(22세∼35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0%는 주 4일 근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3명 가운데 한 명(32%)은 주 4일 근무를 제안받았으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친환경 아동복 스타트업인 프라이머리는 2020년 5월에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고, 데이터 엔지니어링 회사인 엘리펀트 벤처는 같은해 8월 주 4일 근무를 시범 도입하기도 했다. 미국 구직사이트 ‘지프(Zip)리크루터’에 따르면 주 4일 근무를 언급한 채용 게시물의 비율은 지난 3년 새 3배가량 늘었다. 또 미국 민주당 소속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은 주당 표준근무 시간을 현재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수정하는 법안을 지난 3월에 발의하기도 했다.

“워라밸하겠다”는 ‘고소득’’고학력’ 직장인이 더 줄여

하지만 코로나19 영향만으로 최근까지 이어진 근로시간이 줄어든 현상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작년부터 팬데믹이 서서히 진정되면서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크지만, 일하는 시간은 계속 감소했기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도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유행이 사실상 끝났음에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업무를 보다가 얼굴을 감싼 여성./출처=셔터스톡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른 원인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이른바 ‘워라밸’이다. 직장인들이 ‘일’ 과 ‘생활’ 사이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근로시간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주리주 워싱턴대 신용석 교수 등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일어난 미국 근로시간 감소는 △상대적으로 어리지만 고학력 △연봉 높은 고소득자 △일에 몰두하는(워커홀릭) 근로자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고소득자의 경우 매주 1시간30분 정도 덜 일했고, 워커홀릭 직장인은 2019년쯤에는 매주 55시간 일하다가 지난해 말에는 52시간으로 3시간이나 줄였다. 캐서린 아브라함 전 미국 노동통계국 위원은 “만약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면 근로자들은 아예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과 다른 활동 사이에 균형에 대한 재평가 등 근로자들이 삶의 우선순위를 바꾼 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미국 포츈지도 “중산층이나 서민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장인의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은 그들이 자발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워라밸이 원인이라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우리나라도 근로시간이 팬데믹을 거치면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추세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근로자 월평균 근로시간은 163.1시간이었는, 2020년에는 160.6시간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158.7시간으로 더 감소했다. 다만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은 정부 정책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주당 법적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제로 줄였고,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근로감독을 철저히 했다. 이런 제재가 계속되면 직장인들이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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