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영상 콘텐츠 등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김요한(26)씨는 요즘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마케터 등을 채용하기 위해 20대 구직자 10여 명에게 적지 않은 연봉과 함께 입사를 제안했지만 수락한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일감이 있을 때 불러주면 결과물을 내놓겠다” “프리랜서로는 일할 수 있어도 회사에 들어가기는 싫다”며 거절했다. 김씨는 “재택근무도 가능하다고 해봤지만 소용없었다”며 “이렇게 20대 직원 뽑기가 어려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일자리 시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우리나라 20대 취업자 수는 376만2000여 명으로 1년 전보다 4000여 명 줄었다. 특히 20~24세 취업자 수 감소가 눈에 띈다. 11월 현재 이 연령대 취업자 수는 120만2000여 명으로 2년 전보다 10만명 줄었다. 20대 근로자는 왜 조금씩 사라지는 것일까.

일러스트=김영석

◇인구 감소로만 설명 안 되는 20대 구인난

20대 근로자가 사라지는 기본적인 이유는 인구 감소 때문이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연령별 주민등록인구를 보면 20대 인구는 2018년(11월 기준) 681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하락해 올해에는 644만여 명까지 떨어졌다. 나영돈 한국고용정보원장은 “저출산 영향으로 20대 인구 감소 추세는 앞으로 더 가파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20대 인력난이 숫자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특히 음식점이나 편의점 업주들 사이에선 요즘 “20대 손님보다 알바가 더 귀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경기도 안양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홍성길(52)씨는 석 달째 단 한 명의 아르바이트 직원도 구하지 못했다. ‘21세 이상 직원 구함’이라는 종이를 대문짝만 하게 써붙였지만, 문의 전화조차 없었다고 한다. 직원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 현재 가족이 돌아가며 가게를 본다. 홍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학기 중에도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일하겠다는 대학생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연락 한 통 없는지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회 관계자는 “점주들끼리 서로 사람 못 구했다고 하소연하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반면 전문직 등 이른바 좋은 일자리 선호 현상은 강화되고 있다. 로스쿨 진학을 위한 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원서접수 기준) 수를 보면, 20대(30세 미만) 응시자는 2020년 8384명에서 2021년 9805명, 올해 1만165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공인회계사 응시자(1차 시험 접수자 수 기준)도 20대 비율이 2020년 86.5%에서 올해는 87.9%로 증가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전문직에 도전하는 사람 숫자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고려대 졸업생 이모씨는 “취업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좋은 일자리) 시도를 해 보지도 않고 평범한 회사에 일찍 들어가 고생하기는 싫어서 로스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은 “예전 같으면 회사에서 일했을 법한 사람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도서관, 학원 등에서 더 좋은 직장을 위한 준비를 하다 보니 20대 취업자 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중간한 직장에 얽매일 바에 차라리 자유롭게 일하는 게 낫다는 젊은층도 적지 않다. 아르바이트 플랫폼 ‘긱몬’이 지난 2월 MZ세대 구직자 1188명을 대상으로 프리랜서로 일할 의사가 있는지 물으니, 10명 가운데 6명(65%)꼴로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65.7%)이나 남성(64.9%)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한 20대 대학 졸업생은 “박봉에 시달리며 회사의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공사판에서 바짝 일해 돈을 벌거나 프리랜서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젊은층의 직업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풀이한다. 재택수업이나 재택근무 경험도 이런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회사 사무실이 아니라 집이나 카페 등에서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다 보니 현장에서 일할 인력이 필요한 업체들은 직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한 국내 배달 업체 임원은 “회사 나오라고 하면 퇴사하겠다는 20대 직원이 많아 지금도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사라지는 20대 근로자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20~24세 근로자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1월 1402만여 명에서 올해 11월 1375만여 명으로 27만명 줄었다. 같은 기간 이 연령대 인구가 2103만여 명에서 2092만여 명으로 21만명 감소한 것을 고려해도 젊은층의 취업 시장 이탈이 두드러진다. 경제활동 참여율도 71.3%에서 70.6%로 떨어졌다.

미국에서 20대 근로자가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대학원 진학 등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전미학생정보연구소(NSC)에 따르면 올해 가을 학기 대학원 등록 인원은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3.2% 감소했는데, 21~24세의 진학률은 오히려 8.5% 높아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예 일손을 놓는 사람도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내 20~24세 인구 가운데 일과 학업 모두 포기한 이른바 ‘니트족’의 비율은 2019년 14.48%에서 지난해 18.27%로 상승했다.

이런 현상을 놓고 미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때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 과열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팬데믹 당시 젊은 투자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의기투합해 이른바 ‘밈(meme)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이 때 쉽게 큰돈을 버는 경험을 해본 20대들이 굳이 힘들게 일할 바에 차라리 공부를 더 하거나 여유를 가지면서 좋은 일자리를 노린다는 것이다. 조지타운대 산하 교육노동연구소 니콜 스미스 수석 경제학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요즘 20대 초반 젊은이들은 첫 직장을 얻기 위해 성급하게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는다”며 “그들로선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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