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후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15%나 줄었다. 반면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소득이 꾸준히 증가해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1970년에는 소득 하위 계층과 상위 계층의 평균 소득이 2만달러 대 12만6100달러로 여섯 배 차이가 났다. 그런데 2018년에는 2만8700달러 대 20만7400달러로 7.2배 넘게 차이 난다. 이 같은 소득 불평등의 원인으로 신자유주의, 부자 감세, 노조 활동 쇠퇴 등 다양한 원인들이 거론돼왔다.

그런데 소득 불평등을 부른 가장 큰 원인이 다름 아닌 로봇이라는 주장이 새로 제기됐다. 다론 아세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은 최근 저명 계량경제학 학술지 이코노메트리카에 실은 ‘작업·자동화·미국 임금 불평등의 증가’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1980년부터 2016년 사이 49개 산업에서 임금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벌어진 임금 격차의 50~70%가 자동화라는 단일 변수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49개 산업에서 자동화 기술 도입률과 인종·학력·연령·성별 임금 변화를 추적한 결과 자동화가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임금 감소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가령 고등학교 학위가 없는 남성은 자동화 때문에 임금이 8.8% 감소했고, 고등학교 학위가 없는 여성도 2.3% 임금 하락 효과를 겪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컴퓨터 서비스, 컴퓨터·전자제품, 플라스틱·고무 제작 분야 등이 자동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행정서비스나 여가 분야 등은 자동화로 인한 영향이 적었다.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키오스크 손쉽게 이용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아세모글루 교수는 생산성 향상이나 소비자의 편익 증진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으면서 저소득층 일자리를 없애거나 임금을 깎아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데만 효과를 발휘하는 자동화 기기를 ‘그저그런 자동화’(so-so automation)’로 규정하면서, 식료품점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셀프 계산대)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논문에서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기술적 진보들과 ‘그저그런 자동화’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세모글루 교수는 노동경제학계에서 대표적인 반로봇주의자다. 그는 지난 2017년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게재한 ‘로봇과 일자리’ 논문에서도 “근로자 1000명당 로봇 1대가 늘어나면 인구 대비 고용률은 0.18~0.34%포인트 떨어지고, 임금은 0.25~0.5% 하락한다”며 자동화가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2020년에는 특정 산업에 속한 업체가 로봇을 채택하면 산업 전체적으로는 고용이 줄어드는 등 피해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로봇을 서둘러 도입한 기업들은 직원을 늘리며 성장하지만, 뒤처진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지 못해 도태되면서 결국 산업 전체적으로는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7개 회원국 내 전체 일자리의 14% 정도만 로봇의 몫이 될 뿐이라며, “복잡한 사회관계나 추론 등은 자동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자 중에는 자동화로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투자와 고용을 늘려 전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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