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 보러 갈 때 두려움이 앞선다는 사람이 많다. 대체 얼마나 올랐을까? 전에 사던 것만 골라 담았는데도 영수증에는 놀랄 만한 금액이 찍혀 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은 갈수록 줄어든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산지 가격은 매우 싼데 중간에 유통업체가 폭리를 취해서 소비자들이 비싸게 사고 있다고 말이다. 꽤 그럴싸하게 들리는 이야기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쌀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현재 수입 쌀에 대한 관세율은 513%다. 즉 외국산 쌀은 현지의 6배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들여온 수입쌀은 국내산 쌀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국내의 쌀 생산자들과 유통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어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 농민 중 쌀 농사로 큰돈을 벌었다는 농민은 없다. 유통업자들의 이익률은 대체로 3% 수준에 불과하다. 쌀 수매를 담당하는 농협은 수매가가 판매가보다 높다고 이야기한다. 모두 큰돈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쌀 농업이 고비용·저부가 가치 구조임을 말해준다.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쇼핑객이 장을 보고 있다. 4인 가구 기준 김장재료 소비자 가격은 2017년 24만원에서 지난해 32만4000원으로 35% 올랐다. /연합뉴스

쌀뿐만 아니라 대부분 농산물이 마찬가지다. 우리가 산지 가격이 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종 소비자가와 비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와 비교하면 산지 생산 가격은 당연히 저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양한 상품의 수입 가격을 대체 지표로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식품의 산지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얼마나 높은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 유통업자 폭리?… 사실 아냐

여기엔 환경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 프랑스, 독일 같은 선진국들은 1인당 경지 면적이 각각 4900㎡, 3000㎡, 1400㎡에 이른다. 1인당 300㎡에 불과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격차가 매우 크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농업 기술에서 앞선 것도 아니며, 해외 농업 기지 개발에서 두각을 드러내지도 못했다. 그러니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가격 안정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 산업 국가의 근간이 농업을 바탕으로 한 비농업 인구의 전문화에 있기 때문이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인구가 도시로 몰려들 수 있었던 것도 농업이 전보다 더 높은 생산성으로 도시의 비농업 근로자들을 먹여 살린 덕분이다. 식품 비용이 저렴하게 유지될 수 있을 때만 도시와 산업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봐도 식량 가격이 치솟으면 도시 근로자들에게 생활의 압력으로 작용해 정치적·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경우가 무수히 많았다.

그동안 농업은 1차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낙후되고 중요하지 않은 저부가 가치 산업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의 인플레이션 시대에 식량 가격이 사람들의 삶을 위협할 정도라면 농업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식품은 왜 이렇게 비싼가? 다른 나라는 왜 저렇게 저렴한가? 누군가 폭리를 취한다는 답으로는 풀 수 없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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