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애브비의 ‘휴미라'. 애브비는 독일 바스프 제약을 인수해 신약 물질을 확보했다. /조선일보DB

최근 신성장 동력을 찾아 바이오제약으로 유턴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바이오제약 산업은 혁신을 통한 성공의 열매가 크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2021년 매출 21조원과 영업이익 15조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2200% 성장을 이룬 바이오벤처 모더나가 대표적인 예다. 그 이면에는 mRNA(전령리보핵산)라는 기술에 10년 이상 동안 매년 5000억원 이상 투자하며 끈기 있게 노력했던 세월이 있었다.

모든 바이오제약사가 이른바 ‘블록버스터(연간 1조원 이상 매출 신약)’를 꿈꾸지만, 신약 개발은 후보 물질 탐색 단계부터 수만분의 1이라는 매우 어려운 성공 확률을 뚫어야 한다. 이에 따라 대형 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에 있는 의약품의 상당수를 외부에서 확보하는 것이 최근 추세다. 2020년 외부 소싱 비율은 45%에 달했고, 2021년에는 전체 산업 파이프라인 수익의 66%를 외부 의약품으로 조달했다. 최근 매출이 가장 큰 5개 블록버스터인 휴미라·키트루다·레블리미드·옵디보·엘리퀴스도 모두 회사가 외부에서 조달한 약품이었다.

투자 파트너십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인수·합병(M&A)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치솟자 M&A 비율은 2010년 73%에서 2020년 47%로 급감했다. 대신 파트너십을 통한 투자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파트너십은 불확실한 신약 물질에 대한 리스크를 공동 분담한다는 장점 외에 전체 거래에서 선행 지불 비율을 낮추고 나머지 거래 비용을 개발 일정 및 사용료(로열티)에 연계해 신약 개발의 위험을 관리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외부 소싱이 무조건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년간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21사를 대상으로 맥킨지가 진행한 재무 성과 분석 결과, 선도 기업 6곳은 외부 소싱을 통한 혁신에서 타 기업보다 3배나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이 여섯 기업의 전략에서 도출한 3가지 성공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명확한 치료 영역(Therapeutic Area·TA)에 집중했다. 평균적으로 선도 6사는 TA 4.7개에, 나머지 15사는 TA 10.7개에 집중했다. 핵심 TA에 대한 전문 지식을 축적하면 결과적으로 한 분야에서 더 매력적인 신약 물질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데이터 애널리틱스 기반 혁신이다. 선도 기업 6곳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급 분석(Advanced Analytics)을 통해 전임상 증거가 생성되기 전에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생화학적 경로, 신약 후보 물질 및 기술을 찾아내는 데 능했다. 또 논문·특허 데이터 등에 AI를 배치해 질병의 표적을 정하고, 다양한 투자 옵션을 선별하는 데도 AI를 활용했다.

셋째, 빠르고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 역량을 구축했다. 전문성을 지닌 조직은 파트너가 보유한 파이프 라인의 기술적 타당성을 신속하게 평가하는 역량, 신약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 및 지식재산권을 평가하는 역량, 향후 매출 예측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상업적 역량을 확보한다. 이러한 평가 조직을 딜을 추진하는 조직과 연계하면 2~3주 만에 파트너 기업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임정수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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