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즈 로데오드라이브에 있는 구찌 매장 앞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EPA연합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미국 LA 로데오드라이브 매장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10여 종류의 가상 화폐로 제품을 살 수 있다. 매장 직원이 고객의 이메일에 링크를 전송하고, 고객이 이 링크를 클릭해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뉴욕과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 등에 있는 일부 매장에서도 가상 화폐로 결제가 가능하다. 구찌는 가상 화폐 결제를 올여름부터 북미 매장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찌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구찌는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안에 가상 체험 공간인 ‘구찌 가든’을 만들어 한시적으로 문을 열었다. 중앙 정원 주변으로 미니 게임, 카페, 가상 상점 등을 갖춘 구찌타운에 2주간 200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가상 상점에 한정판으로 내놓은 가상 명품 ‘구찌 퀸 비 디오니소스’ 가방은 판매 가격이 5.5달러로 책정됐는데, 나중에 중고 시장에서 4000달러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가상 화폐와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는 명품 회사는 구찌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는 올해 3월부터 가상 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프랑스 명품 ‘발렌시아가’도 고객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온라인과 미국 내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명품 골프 브랜드 필립플레인도 “가상 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인 뒤 신규 고객이 늘었다”고 밝혔다.

명품업체들이 가상 화폐와 접점을 늘려가는 이유는 가상 화폐 투자로 큰돈을 번 신흥 부자들을 새로운 소비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는 “명품 소비에 적극적인 젊은 쇼핑객들을 끌어들이고, 가상 화폐에 관심 있는 사람들 간에 일종의 동지애를 형성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적극적인 구애 덕분에 지난해 가상 화폐 결제 서비스 비트페이에서 거래된 물품 가운데 사치품과 관련된 거래 비율은 31%로 전년 9%보다 크게 늘었다.

최근 가상 화폐를 둘러싼 회의적인 시선에도 가상 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팔, 스타벅스 등을 비롯해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 내부 회계 정책에 따라 판매 대금으로 받은 가상 화폐를 즉시 현금으로 바꾸기도 하고, 받은 가상 화폐를 그대로 보유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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