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전 인천 중구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항공사 관계자들이 보잉 747-8i 항공기 세척을 하고 있다. /뉴시스

리오프닝(코로나로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것)으로 여행 수요가 되살아나자 미국과 영국 등 일부 항공사가 직원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비용 감축을 위해 실시했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반면 해고 대신 휴직으로 인력 유출을 최소화한 국내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표정이다.

영국 브리티시항공은 최근 입사하는 승무원에게 ‘환영 보너스’ 명목으로 1000파운드(약 160만원)를 내걸었다. 입사 석 달 후에 500파운드, 그로부터 또 석 달이 지나면 나머지 500파운드를 준다. 이 항공사는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봄과 여름에 걸쳐 약 1만명을 감원했다.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지난해 가을부터 3000명 채용에 나섰지만, 다른 직종으로 전업한 직원이 많아 단기간에 인력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공항 출입국 심사대 등을 통과할 수 있는 ID카드 발급이 늦어지는 것도 인력난을 부추기고 있다. 승무원으로 일하려면 ID 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보통 신청 후 3~4개월이 지나면 발급됐다. 그런데 영국 정부가 테러 관련 심사를 엄격히 하다 보니, 발급받는 데 예전보다 두 배가량 시간이 더 걸린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ID 카드를 가진 경쟁 항공사 승무원을 빼앗아 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델타·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4대 항공사도 지난 2020년 조종사 4400여 명을 정리해고 했는데, 올해는 조종사 9000명 충원이 필요해 인력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악천후에 대체 인력 부족이 겹쳐 아메리칸항공에서 나흘간 2300여 편이 결항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국내 항공사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10개 항공사 직원 수는 6%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해고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급한 고용유지지원금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코로나 이후 비행 편수가 줄어들자 승무원의 70~80%가 휴직을 했고, 사무직원 등은 40~50%가 쉬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처럼 항공여행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았고, 휴직한 직원이 많기 때문에 당장 인력난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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