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터넷 은행 스탈링(Starling) 설립자 겸 CEO(최고경영자) 앤 보든은 지난 6일(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올린 연례 서한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모든 유료 광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더 이상 우리 고객과 다른 은행의 저축을 노리는 사기꾼과 함께하는 플랫폼에 광고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각종 금융 사기로 연결되는 불법 광고들을 방치하는 소셜미디어가 문제라며 은행이 먼저 나서 광고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스탈링은 영국의 대표적인 디지털 은행 중 한 곳으로 계좌를 총 270만개 보유하고 있다.

스탈링이 보이콧에 앞장선 것은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서다. 작년 5월 초안이 공개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Bill)’은 디지털 플랫폼상에 올라온 불법 또는 유해 콘텐츠를 관리할 의무를 플랫폼 기업에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대로 조처하지 않은 기업엔 전 세계 연 매출의 10% 또는 최대 1800만파운드(약 293억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또는 유해 콘텐츠’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하느냐가 관건인데, 가짜 광고 또는 사기와 관련된 유료 광고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구글, 메타(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트위터, 틱톡 등 주 수입원이 광고 매출인 빅테크 입장에선 큰 악재다. 이 법안을 담당하는 의회 공동위원회 데미안 콜린스 의장은 “오프라인에서 불법적인 것은 온라인에서도 규제해야 한다”며 “빅테크의 자율 규제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온라인 안전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도 거세지만, 엘리자베스 여왕마저 의회 연설을 통해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인터넷 안전을 보장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지원 사격에 나선 마당이라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그러다 보니 빅테크 기업들 역시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구글의 경우 작년 9월 7일부터 영국에 한해 새로운 광고 정책을 시행했다. 영국 금융감독원(FCA)의 승인을 받거나 승인이 면제되는 대상임을 입증한 광고만 게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침묵을 지키던 메타 역시 지난달 금융 광고와 관련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의 광고 규제는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EU(유럽연합)에선 맞춤형 광고에 사용되는 검색어나 클릭 정보 같은 소비자 행태 정보(서드파티 쿠키) 이용 시 명시적이고 분명한 동의를 요구하는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이미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지난달엔 더 강력한 규제를 담은 디지털시장법안(DMA)이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아직 회원국 정부와의 협상 과정이 남았지만, DMA가 최종 통과되면 미성년자에 한해선 동의와 관계없이 사용자 정보에 기반을 둔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없다.

티에리 브레통 유럽연합 집행위원이 지난달 14일 유럽의회에서 열린 디지털시장법안(DMA)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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