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인력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난으로 ‘반도체 자립’의 필요성을 절감한 각국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반도체 생산 시설 확장에 나섰는데, 막상 생산 시설에서 일할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미국 채용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에이트폴드는 미국이 필수 반도체 생산량을 충족하려면 2025년까지 18~20개의 반도체 제조 시설(팹)과 7만~9만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완전한 반도체 자립을 위해선 74~80개의 팹과 총 30만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도 ‘인재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국내 반도체 인력은 2019년 말 기준 3만6000명 수준으로, 업계에선 매년 고졸부터 석·박사급까지 1500여 명이 부족하다고 본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에 도전하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CCID)에 따르면 2022년까지 중국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력은 74만5000명이지만, 2019년 말 현재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51만2000명에 불과하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 창업자 장루징은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자본이나 정책 지원이 아니라 만성적인 인재 부족”이라고 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SMIC 공장 내부 모습. /SMIC

전문가들은 공학 전공자들이 반도체 제조보다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선호하면서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로체스터 공대의 산토시 쿠리넥 교수는 “반도체 설계 및 제조를 위한 전자공학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학부생 수가 1980년대 중반 50여 명에서 현재 1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학생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일하기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각국 정부는 반도체 인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각 대학에 집적회로 1급 학교를 설립해 고급 인재를 육성하라고 주문한 이후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 명문대학에 잇따라 반도체 집적회로 단과대가 설립됐다. 대만 역시 작년 5월 ‘국가중점영역산학협력 및 인재육성 혁신조례’를 제정하고, 대만대와 신주 칭화대·양명교통대·타이난 성공대 등 4개 국립대학에 반도체 대학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에선 반도체 기업들이 전국 주요 대학과 손잡고 맞춤형 교육으로 인재를 키우는 ‘계약학과’를 잇따라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와 연세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고, 지난해에는 카이스트, 포스텍(포항공대)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고려대와 손잡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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