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도 ‘자본주의의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비극입니다.”

세계적 석학이자 ‘자본주의의 미래’ 저자인 폴 콜리어(72) 옥스퍼드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회 갈등 심화, 청년 실업과 저출산, 포퓰리즘의 득세 등이 그가 세계와 한국에서 목격한 자본주의 실패 사례다.

그는 저개발 국가의 빈곤 문제를 연구하며 ‘따뜻한 자본주의’ 이론을 다져왔다. 콜리어 교수는 “과거 한국은 북한이라는 위협 아래에서도 공동 번영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서로 힘을 합쳤지만, 지금은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사회가 됐다”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대중을 빈곤에서 구해내지 못하는 자본주의는 ‘고장 난 자본주의’”라며, 이를 고치려면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 화두로 떠오른 ‘기본 소득’ 제도에 대해서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단순화하는 모욕적인 발상”이라며 “인간을 ‘단순 소비자’로 격하시켜 그저 ‘조금 더 소비해보라’며 희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생산)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자존감을 고양해 생산성을 발휘하는 인간에게서 주체성을 앗아가는 제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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