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가속화로 기업들은 ‘오징어 게임’처럼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의 서바이벌 게임을 치르고 있다. 커니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온라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3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 및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디지털 인재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던 것을 디지털화(digitalization)하는 수준으로는 디지털 혁신 경쟁에서 앞서기 힘들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수행 방식을 새롭게 탈바꿈시키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것이 진정한 디지털 혁신이다.

이원주 커니코리아 대표

테슬라는 대표적 굴뚝산업인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에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드라이빙 경험을 혁신하고 모빌리티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또 하나의 전통산업인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나이키는 앱, 웨어러블 등 디지털 중심으로 고객 경험을 재편하고 나아가 새로운 커뮤니티와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했다.

테슬라와 나이키의 성공 비결은 기술 그 자체보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리더십·조직·프로세스 등을 효과적으로 재편한 덕이다. 사업 기회 개발·투자 의사 결정·인력 운영 등에 있어 마치 스타트업과 같은 집중력과 유연성을 갖춘 것이다. 디지털 혁신을 최대화할 수 있는 스타트업식 운영 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상품·서비스, 사업 모델, 내부 프로세스 등을 ‘고객’ 중심 관점에서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이다. 많은 전통 기업에서도 고객 중심 경영이 강조되곤 하지만 대부분 구호에 그친다. 반면 스타트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척도(PSF)나 시장을 만족시킬 제품(PMF)에 집중하고,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피드백을 신속히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반복함으로써 혁신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둘째, 혁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 및 예산 운영 체계를 구축한다. 대부분 기업의 디지털 혁신은 조직 간 이해 상충, 동기 부여 및 권한 부족, 예산 획득 실패 등의 이유로 용두사미가 되곤 한다. 반면,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및 IT 인력을 함께 배치하고 명확한 목표, 자율적 의사 결정 권한을 부여한다. 또 이론적인 사업 타당성 분석에 얽매이지 않고 벤처캐피털식 예산 프로세스를 적용해 추가 펀딩 여부를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파트너 생태계를 구축해 사업 역량을 효율적으로 증강한다. 전통적 기업 간 파트너십은 대부분 짧은 허니문 기간 이후 양사 간 문화적 차이, 상이한 우선순위, 그리고 상호 불신에 의해 유명무실해지곤 했다. 반면 스타트업은 혁신적 가치를 단독으로 만들 수 없다는 명확한 인식 하에 파트너십·제휴·조인트벤처 등을 통한 공동 창조(co-creation)를 적극 추구한다.

하나의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가 시장을 재편하고 수천억원 기업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디지털 혁신의 최대 잠재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상상력과 혁신적 실험을 촉진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이원주 커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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