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영석

최근 한 채용 카페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인사 직무에 지원해 면접을 봤는데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환경·사회·지배구조) 중 인사 직무가 G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황해서 제대로 답변을 못 했고, 결국 불합격했네요. 뭐라고 답변하면 좋았을까요?”

비단 이 면접자뿐만이 아니다. 최근 기업 면접에서 점점 더 많은 구직자가 ESG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있다. 경영계에 불어닥친 ESG 열풍이 취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Mint가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 의뢰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설문조사해보니, 응답 기업 58%가 경력 또는 신입 직원 채용 시 ESG와 관련한 질문을 한다고 답했다. ESG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지배 구조를 개선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기업들이 ESG 관련 조직을 대폭 확대하면서 관련 인력 채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다. 인사 담당자들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올해 취업의 성패가 ESG에서 갈릴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조직 커지며 ESG 인력 채용 급증세

한국경제연구소가 최근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채용 트렌드를 조사해보니, 기업들은 4차산업 혁명, 인공지능과 함께 ESG 관련 인재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송재형 전경련 ESG TF(태스크포스) 팀장은 “블랙록이나 국민연금 같은 글로벌 큰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ESG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며 “이런 요구가 글로벌 대기업과 국내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순으로 사슬처럼 전달되다 보니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할 기업 인력 수요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 GS칼텍스, 농협금융지주, 삼일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 등은 최근 ESG 분야 직원(경력자) 채용에 나섰다. 급증하는 ESG 인력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4월 500대 기업을 조사해보니 ESG 위원회를 이미 설치했다는 기업은 17.8%, 앞으로 설치할 예정이라는 기업은 27.7%였다. ESG 전담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23.8%가 ‘이미 마련했다’, 29.7%가 ‘마련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ESG 위원회는 주로 교수·유명인 등 외부인으로, ESG 전담 조직은 내부 임직원으로 구성한다.

인력을 새로 채용하는 기업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며 원래 있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직이나 사회 공헌 관련 조직을 ESG 전담 조직으로 개편하는 기업도 많다. 건설·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도소매업 등 일부 기업은 관련 분야 경험이 있는 경력직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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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58% “채용 면접에서 ESG 질문”

여러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이 ESG를 화두로 내걸고 강조하다 보니, ESG는 채용 면접의 단골 질문이 됐다. 심지어 ESG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직군 면접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온다. 금융사나 공기업 취업 준비생 카페에는 면접에서 ESG 관련 질문을 받았다는 경험담이 줄줄이 올라온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1, 2년 전에 4차산업 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공지능(AI) 등이 면접 질문 추세였다면, 요즘은 ESG가 대세”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ESG의 기본 개념과 의견, 봉사 활동 등 개인적 ESG 경험, 지원한 회사 또는 직무에 ESG를 접목할 방안 등을 주로 질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 인사 담당자 57%는 ESG 관련 응시자들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라고 답했다.

이런 현상은 ESG의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고 기업마다 주안점을 두는 분야가 제각각인 데도 기인한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부터 자원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기술 연구 개발, 대·중소기업 상생, 반(反)부패 경영, 노사 관계 개선, 지역사회 공헌, 소비자 보호, 제조물 책임, 근로자 권리 보장, 하도급 갑질 방지까지 모두 ESG 범주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ESG는 좋은 것’ 같은 막연한 답변보다는 구체적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관련 서적이나 뉴스를 통해 ESG의 기본 개념을 익힌 다음 각 기업이 발간하는 ESG 리포트 등을 찾아 ESG가 요즘 기업 경영에 왜 화두가 되고 있는지, 지원하는 회사가 ESG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숙지한다면 면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개인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경험이나 책임 있는 소비자로서 노력한 경험담 등을 얘기하는 것도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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