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각종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프로그램은 과연 돈이 될까. 이런 시도가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매출 확대와 비용 절감 등 기업의 경제적 가치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맥킨지가 전 세계 2400여 기업을 조사해 보니 응답자 22%가 최근 5년간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보통 또는 상당한 가치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40%가량이 앞으로 5년 내에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자동차, 전력 및 천연가스, 석유 및 가스, 여행, 운수, 물류 등 기후변화 억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업종에서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비결은 뭘까. 우선 경영 관행부터가 달랐다. 지속 가능성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을 CEO(최고경영자)가 챙기는 일의 최우선순위에 놓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의 사명과 가치에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연결하며, 손에 잡히는 효과를 내기 위해 소비자나 투자자의 기대에 맞추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다른 기업들이 단순히 “업계 표준이 그래서” 또는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해서”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을 고려한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는 ‘사람과 지구를 위한 에너지 재해석’이라는 가치 아래 지속 가능성을 기업 전략의 핵심 요소로 놓고 “2050년까지 BP의 석유 및 가스 생산에서 나오는 탄소 순(純)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등 5가지 목표를 실행 중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석유 및 가스 사업을 40% 축소하기로 했고,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및 전기차 충전 사업을 가속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또 집중해야 할 지속 가능성 분야와 목표를 분명하게 정하고, 핵심 성과 지표도 개발한다. 임직원들의 참여도 역시 높다. 가치 창출 기업 응답자의 60%가량은 지속 가능성이 기업 문화의 일부라고 응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에선 39%로 낮았다. 모든 임직원이 지속 가능성 요소를 업무에 반영하는 방법을 교육받고, 임직원 보수 결정 시에도 지속 가능성 관련 성과를 반영하는 경향이 컸다.

지속 가능성 요소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거나,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상품 디자인과 마케팅, 포장 등을 변경하기도 한다. 세계적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는 전사적 지속 가능성 목표를 실행할 ‘지속 가능 생활 브랜드’를 28가지 선정, 브랜드별 목표를 정해 실천했다. 그러자 이 브랜드들의 성장 속도가 다른 브랜드보다 69% 정도 빨랐다. 또 재생 용기 및 지속 가능 향료 등을 사용한 러브뷰티앤드플래닛(Love Beauty & Planet), 집이 없는 시민에게 이동식 샤워 장비를 제공하는 데 수익금 100%를 쓰는 라이트투샤워 (Right to Shower) 신규 브랜드도 잇따라 출시했다.

정재훈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지속 가능성의 경제적 효과는 공급사와 계약 제조사, 유통사 등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크게 발생한다. 따라서 자사 설비의 에너지 및 물 사용, 폐기물 발생을 관리하고, 공급사에 대해서도 지속 가능성 성과를 감시함으로써 운송 및 유통망을 개선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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