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의 신종 코로나 백신 예약 사이트는 7월 한 달 새 총 세 차례 마비됐다. 이유를 알고 보니 동시접속자가 최대 600만명이 몰린 서비스에 접속자 용량 30만명짜리 질병청 자체 서버를 썼다. 당연히 국민의 불만이 폭발했고, 대통령까지 나서 “IT(정보기술)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이후 백신 예약 사이트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40대 이하 백신 예약 10부제가 시작된 9일 이후 대부분의 예약 시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예약자를 분산시키는 10부제 실시와 함께 이른바 ‘공공(公共)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정부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 전문 업체들의 가상 서버를 이용해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서버 용량을 상황에 따라 손쉽게 늘릴 수 있어 접속자가 급증해도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22일 네이버클라우드와 베스핀글로벌 등 클라우드 전문 기업들과 대책 회의를 하고 협력을 시작했다.

그래픽=최하은

인터넷 포털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 민간 기업의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클라우드를 활용해 왔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트렌드가 정부 영역으로 확산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과학기술 싱크탱크 ITIF(정보기술혁신재단)는 지난 6월 “100년 전 전력망이 그랬던 것처럼 클라우드는 기업 차원을 넘어 경제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고 했다.

◇美, CIA도 공공 클라우드 사용

클라우드 기술의 공공 분야 확산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2020년 228억6000만 달러(약 26조2600억원)에 달했던 정부 대상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26년에는 597억4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평균 17.4%에 달하는 고속 성장이다.

현재 이 분야는 아마존(AWS·아마존웹서비스)과 마이크로소프트(애저), 구글(구글 클라우드) 등 세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이들 빅테크 3사의 클라우드 인프라(IaaS) 시장점유율은 AWS 32%, 애저 19%, 구글 클라우드 7% 등 총 58%에 달한다. 실적 역시 고공비행 중이다. AWS의 올 1분기 매출은 13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어났다. 애저와 구글 클라우드의 매출 역시 같은 기간 전년 대비 각각 51%, 46% 증가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클라우드 도입 정책 덕분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시절이던 2010년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제 도입하는 ‘클라우드 우선(cloud first)’ 정책을 수립, 연간 800억달러의 IT 예산 중 4분의 1을 클라우드 전환에 썼다. 특히 농무부 같은 일반 부처뿐만 아니라, CIA(중앙정보국)와 펜타곤(국방부)처럼 보안이 생명인 기관까지 민간이 제공하는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CIA는 2013년 6억달러(약 6800억원)를 들여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10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 지금까지 이용 중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최근에야 공공 클라우드 전면 도입에 나선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7일 “오는 2025년까지 행정·공공기관이 운영 중인 정보 시스템 1만9개를 모두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기업 한국 IDC에 따르면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9548억원으로 세계 시장의 1%에도 못 미친다.

자료=카날리스

◇한국 시장, 세계 시장의 1% 불과

공공 분야의 클라우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우선 보안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 클라우드 운영 기업이 랜섬웨어(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몸값을 요구하는 사이버 범죄)나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장애) 같은 사이버 해킹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피해가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7월 초 미국 IT 기업 카세야를 덮친 랜섬웨어 공격으로 이 회사의 1500개 고객사가 전산 마비를 겪은 일이 있었다. IBM은 지난해 “다양한 해커 그룹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노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신뢰 문제도 남아 있다. AWS나 MS,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고객의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알리바바와 화웨이, 텐센트 같은 중국 기업이 거대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클라우드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 전문가인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멀티미디어공학과)는 “유럽이 최근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EU 데이터 거버넌스’ 법안 등 정보 보안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며 “미국 등 외국 IT 기업이 유럽의 데이터를 쓸어가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했다.

클라우드 업계는 그러나 이런 우려들이 클라우드 확산의 큰 흐름을 막긴 어렵다고 본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은행이 털릴까 두려워 집 안 금고에 현금을 보관하는 사람이 드물듯, 데이터 역시 클라우드에 맡기는 게 대세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클라우드 전환을 해야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성장하고 데이터 주권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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