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최대 번화가인 ‘미시간 애비뉴’는 고급 상점과 쇼핑몰이 즐비해 ‘환상의 1마일(Magnificent Mile)’이라 불리던 곳이다. 이곳이 최근 미국 백화점 메이시스(Macy’s) 매장의 폐점으로 떠들썩하다. 메이시스가 빠져나가면서 이 거리 한가운데 있는 쇼핑몰 ‘워터타워플레이스’의 노른자위 공간 32만 제곱피트(약 9000평)의 공간이 텅 비게 됐기 때문이다. 1976년 입점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현지 매체들은 “신종 코로나 대유행(팬데믹)의 영향으로 사람이 붐비는 실내 쇼핑몰을 피해 시 외곽의 넓은 야외 쇼핑센터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전했다. 유통업체들이 손님이 끊긴 도심 매장의 문을 닫고, 외곽에 새 매장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메이시스는 시카고 도심 매장 문을 닫은 직후 텍사스주 포트워스시(市) 외곽에 ‘마켓 바이 메이시스’라는 매장을 새로 열었다.

이러한 트렌드는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부동산 투자 회사 ‘사이트센터’의 데이비드 루크스 CEO(최고경영자)는 로이터통신에 “현재 야외 공간에 대한 수요가 15년간 본 것 중 가장 높다”고 했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회사 존스랭라살(JLL)의 조사에서도 올해 미국 실내 쇼핑몰 공실률이 8.2%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야외 쇼핑센터(7.2%)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2009년 금융 위기 당시 쇼핑센터 공실률은 11%에 달한 반면, 쇼핑몰 공실률은 5.1%에 그친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결국 도심의 대형 쇼핑몰을 운영해온 부동산 업체들은 줄줄이 파산 위기다. 100개 이상의 쇼핑몰을 보유한 ‘워싱턴 프라임 그룹’은 지난달 9억5000만달러(약 1조882억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쇼핑몰 임차인들의 부도를 막으려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지급 기한을 미뤘다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지난해 11월엔 ‘CBL&어소시에이츠 프라퍼티’, ‘펜실베이니아 부동산 투자 신탁’이 같은 이유로 파산을 신청했다. 뉴욕 최대 쇼핑몰 ‘데스티니USA’를 소유한 ‘피라미드 매니지먼트 그룹’은 채권단과 구조조정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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