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조달러(약 6경183조원).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가 추정한 중국의 금융시장 규모다. 미국의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20조9300억달러(2경3336조원)의 2.5배가 넘는다. 이 시장이 요즘 과거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의 성장성을 눈여겨본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업계의 큰손들이 중국 내 조직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고, 위안화 가치의 대세 상승은 중국 자산 시장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때마침 전 세계 주요 국가 증시의 상승 랠리 속에서 홀로 하락했던 중국 증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높아지는 기대감에 “바이 차이나(Buy China) 시대가 다시 열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금융시장에 전 세계 자금이 몰려들면서 2030년엔 그 규모가 70조달러(약 7경801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픽=김성규

◇中으로 몰리는 글로벌 큰손

글로벌 자본의 ‘차이나 러시(China rush)’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내수 성장과 자본 시장 대외 개방을 중심으로 한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통해 금융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본격화했다. 외국 기업의 투자 신청 과정이 간소화됐고, 주식이나 채권 투자 한도가 사라졌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보험사의 외국인 지분 제한도 단계적으로 완화돼 지난해 4월 대부분 폐지됐다.

곧바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중국은행과 합작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고,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과 일본 대표 증권사 노무라증권이 중국에 각각 증권사를 세웠다. 독일 알리안츠는 중국 내 보험 자회사를 만들었고, 골드만삭스도 중국 내 증권 자회사의 지분을 100%로 확대한 뒤, 중국 금융사와 합작 자산운용사도 만들기로 했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금융 합작법인을 세운 글로벌 금융사를 최소 40개로 집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스트리트와 중국이 ‘새로운 연애(love affair)’를 시작했다”고 평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는 급팽창하는 중국 자산 시장을 노리고 있다. 컨설팅 기업 올리버와이먼은 중국 자산 운용 시장 규모가 2019년 16조2000억달러(약 1경8054조원)에서 2023년 30조달러(약 3경3435조원)로 4년 동안 85.2%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 내 부유층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기업 나이트프랭크는 중국 내에서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의 수를 584만명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1907만명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2015년 대비 증가율은 56%로 미국(2%)을 압도했다.

◇반등한 중국 증시… 더 오를까

올 들어 계속 부진했던 중국 증시도 때마침 상승세로 반전했다. 중국 주식은 올해 2월 춘절 직후 3700(상하이 지수 기준)에 육박했다가 10% 가까이 떨어진 뒤 두 달 이상 횡보해왔다. 주식 시장 과열을 우려해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회수하고, 중국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우려까지 나오면서다.

중국 상해의 명물 동방명주 주변의 금융지구 모습. 중국 금융시장 규제 완화와 함께 증시 반등, 위안화 가치 절상의 호재로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으로 다시 몰려들고 있다. /SWFC

하지만 지난달부터 유동성 긴축 우려가 해소되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노동절 연휴 이후 5월 첫 개장일인 6일 3441.28(이하 종가 기준)에서 31일 3615.48로 5월 한 달 동안 5.1%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 우량 기업 300개를 모아놓은 CSI 300 지수도 같은 기간 5.3% 올랐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으로 긴축 정책이 펼쳐질 것이란 걱정 때문에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물가 안정화에 적극 개입하며 우려를 지웠다”고 분석했다. 또 전기차 기반의 대중교통, 5G(5세대 이동통신) 고도화 등의 산업 정책이 나오면서 제조업과 소비재 산업이 힘을 받고, 신종 코로나 보복 소비 효과도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위안화 가치 상승도 호재

글로벌 투자자들이 내심 눈여겨보는 것은 위안화 가치의 대세 상승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인민은행 고시 기준)은 지난달 25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락, 이달 1일 6.3572위안을 기록했다. 올해 고점인 3월 31일부터 따지면 2달 동안 3.1%가 떨어지며 2018년 5월 이후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그만큼 통화 가치는 올라갔다.

위안화로 중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에게 위안화 가치 상승은 호재다. 투자 상품의 가치 상승에, 환차익까지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노린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홍콩 거래소 등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으로 들어가는 ‘북향자금’의 순매수 금액은 지난달 25일 하루에만 217억 위안(약 3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1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이 동맹들에 ‘중국 배제’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긴장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중국 정부가 코로나 이후 다른 나라보다 돈을 적게 푼 것 등이 위안화 강세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투자에 대한 경계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리스크(risk)가 여전해서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중국에선 하룻밤 사이에 (시장의) 룰이 바뀔 수 있다”고 했고, 회계법인 EY도 “중국 정부 당국에 반(反)하는 순간 수익을 챙기지 못하고 제품이나 기업을 강제로 팔아야 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對中) 정책 변화도 현재의 모든 호재를 악재로 바꿀 수 있는 상존하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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