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로 지난해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졌던 개발도상국들이 해외에서 일하는 자국 국민의 ‘본국 송금(remittance)’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나라들의 해외 노동자 상당수가 본인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는데도 가족 생계를 위해 송금액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희생’을 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김성규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해 전 세계 금융기관을 통해 발생한 국가 간 송금액을 분석해본 결과 당초 예상보다 많은 7020억달러(약 778조원)에 달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2019년의 7192억달러(약 799조원)보다 2.4% 감소하는 데 그친 것이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9월 이 감소 폭이 14%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로 국가 간 개인 송금, 특히 선진국에서 일하는 개도국 출신 해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저임금 서비스업(식당과 유통업체)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확대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고 귀국하는 사례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지난해 내내 개도국 출신 해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은 급감하지 않았다. 실제로 2020년 전체 국가 간 송금액 중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송금한 액수는 5395억달러(약 589조원)로, 2019년 대비 송금액 감소 폭이 1.6%에 불과했다. 전체 감소 폭(2.4%)보다 0.8%포인트 적다.

이는 일자리를 잃는 등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상당수 해외 노동자가 본국 송금을 계속했고, 일부는 오히려 송금액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두바이와 미국에서 일하는 필리핀과 남미 출신 노동자 사례를 소개하며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한 가족의 생계와 교육을 위해 자기 실업 급여까지 송금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해외 노동자라도 정규 취업 비자를 가지고 있으면 실업 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외 송금은 지난해 개도국들이 신종 코로나 위기를 버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필리핀과 멕시코는 지난해 해외에서 송금받은 액수가 각각 349억달러(약 39조원)와 429억달러(약 48조원)에 달했다. 이는 필리핀 GDP(국내총생산)의 10%, 멕시코 GDP의 4%에 이르는 액수다. 세계은행은 “올해 개도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5530억달러(약 614조원)에 이르며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eeklyBIZ MINT를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