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난생 첫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은 대학생 이모(21)씨는 받은 돈을 몽땅 해외 유명 테크 기업의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요즘 틱톡(Tiktok)에 올라오는 재테크 콘텐츠를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며 “주변에도 틱톡으로 재테크·투자 정보를 얻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전 세계를 휩쓴 ‘투자 광풍’이 인터넷과 유튜브를 거쳐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소셜 미디어라는 ‘틱톡'에까지 상륙했다. 1분짜리 짧은 동영상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싶지만, 문자보다 비디오가 익숙한 Z세대에겐 경제·재테크 교과서는 물론 실전 투자 길잡이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2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온 재테크·투자 관련 콘텐츠들.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금융과 재테크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주식시장과 가상 화폐 투자 조언까지 다양한 내용을 간명하게 전달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전하는 등 문제점도 많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틱톡 화면 캡처

틱톡의 교육 콘텐츠 격인 #LearnOnTikTok(틱톡에서 배워요) 해시태그(hashtag·검색 주제어)가 붙은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6일 기준 908억회에 달한다. 이 중 #personalfinance(재테크) 동영상은 누적 조회 수 41억회, #investing(투자하기) 영상의 조회 수는 22억회다. 한국어 #재테크, #주식, #저축노하우, #금융 해시태그 영상들도 최근 누적 조회 수 7000만회를 넘겼다. 주로 투자 종목을 직접 추천해주는 영상이 많다. 구독자 수 15만명으로 ‘투자 인플루언서’ 반열에 오른 틱토커(tiktoker·틱톡 크리에이터) 크립토진(CryptoZin)은 가상 화폐 투자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룬다. 경제 관념이 아직 부족한 Z세대를 겨냥해 신용카드 빚 갚기나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등 기본적인 내용를 다루는 콘텐츠도 많다. 어려운 경제 용어나 투자 상품에 대한 개념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일부 틱톡커들은 자신의 수입과 지출, 빚, 세금 내역은 물론 세세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일인다역 상황극을 하기도 한다.

틱톡에 경제·재테크 콘텐츠 붐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 침체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우려가 나오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등하자 Z세대들마저 경제·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20대와 30대의 59%가 “신종 코로나 이후 재테크에 관심이 늘었다”고 답했고, 18~29세 사이 젊은 층의 60%가 신종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한 지난해 2020년 3월 이후 주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틱톡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가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오류도 많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석원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틱톡 영상에 나오는 투자 조언은 큰 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적중하기 어렵다”면서 “투자를 간접 경험해보는 차원에서만 참고하는 게 좋다”고 했다. 실제로 작년 12월 P2P(개인 대 개인) 거래소 팍스풀(Paxful)이 구독자 수가 최소 1만명을 넘는 틱톡 재테크 계정의 영상 1212개를 분석한 결과, 7개 중 1개꼴로 잘못됐거나 오해 소지가 다분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틱톡의 재테크 인플루언서 중 약 14%가 ‘개인적 의견(disclaimer)’이라는 언급 없이 특정한 주식에 대한 투자를 권하거나 수익을 암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투자 자문사 웰스가이드(Wealth Guide) 왕성호 상무는 “(소셜 미디어의) ‘무엇이 오를지’, ‘언제 매수할지’ 같은 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시장의 큰 틀을 못 보게 된다”면서 “처음 투자에 입문하는 Z세대는 투자 조언에 현혹되기보다 우선 투자의 배경이 되는 경제 현상의 ‘어떻게’와 ‘왜’부터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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